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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원조와 정치의 상관관계_우아혜 봉사단원

원조와 정치의 상관관계
-우후루 대통령 당선 후 미국 및 유럽 원조 국가들의 태도 변화
 
2013년 3월 4일 케냐에 새로운 대통령, 우후루 케냐타(Uhuru Kenyatta)가 당선되었습니다. 하지만 우후루 대통령 당선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을 비롯한 영향력이 큰 원조 국가는 물론 어떤 대통령을 선택하느냐는 케냐 국민들의 자유이지만 우후루 당선인이 국제형사법원(International Criminal Court, ICC)에 제소되어있기 때문에 미국과 영국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케냐 정부와 대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밝혔습니다.
 
우후루 당선인의 ICC제소 건은 2007년 선거에서 케냐의 대표적인 두 부족인 키쿠유(Kikuyu)와 루오(Luo)의 갈등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역사적 앙숙인 것처럼 키쿠유와 루오족도 그 앙금의 역사가 깊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사이가 좋지 않았던 케냐의 두 대표 부족은 키쿠유 족의 무와이 키바키(Mwai Kibaki)와 루오족 출신 라일라 오딩가(Raila Odinga)가 각각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며 상황이 악화됩니다. 부족 중심주의(Tribalism)가 극에 달한 것이지요.
 
결국 이 두 부족 간의 대립 때문에 2007년 대통령 선거 시 무려 1,300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는 등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게 됩니다. 대통령 선거로 인한 갈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 상상이 되시나요? 즉 우후루 대통령의 ICC제소 명목은 2007년 선거 당시 암살단을 조직하며 재정적 지원을 해주고 두 부족 간의 폭력적인 대립을 선동했다는 이유입니다.
 
중한 범죄로 ICC에 제소되어 있는 인물이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었다니 물론 미국 및 영국 정부와 케냐 정부의 관계는 어색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의적인 입장에서도 ICC에 제소된 인물과 돈독한 외교관계를 맺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미국의 경우 ICC에 제소된 인물과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서로 협력하지 않는다는 정책이 있습니다.
 
더구나 케냐의 부통령인 루토(William Ruto)까지 ICC에 제소된 상태입니다. 루토는 지난 정권 때 라일라의 오른 손이었던 정치인이지만 현 우후루 정부의 부통령이기도 하지요. 2002년 라일라가 이끌던 NDP (National Development Party)당이 KANU (Kenya African National Union)와 합당됐을 때 루토는 KANU의 사무총장이었습니다. 즉 라일라와 한 배를 탔었던 정치인이었습니다.
 
역시 2007 선거 후 폭력 사태에서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ICC에 제소된 루토는 칼렌진(Kalenjin)족 출신입니다. 케냐의 첫 번째 대통령인 현 우후루 대통령의 아버지는 재임 시절 칼렌진 족의 거주 지역인 리프트 밸리(Rift Valley)에 자신의 부족인 키쿠유를 거주하게 함으로써 칼렌진 족의 주거지를 빼앗았습니다. 루토는 자신의 집을 떠나야 했던 칼렌진 족에게 다시 리프트 밸리로 가 땅을 되찾으라고 부족을 동요했고 이에 칼렌진 족과 키쿠유 족의 영토 분쟁이 크게 번져 많은 사람들이 집과 가족을 잃게 된 것입니다.  
 
현재 미국이 케냐 정부에 원조 명목으로 지원하는 금액은 연 10억 달러가 넘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사람이 한 나라의 리더로 있는 것도 모자라 부통령까지 ICC에 제소된 케냐를 마음 놓고 도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 이번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 시 케냐를 건너 뛴 것이 같은 이유일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추측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정치 및 도의적 이유에서 미국은 원조 금액을 줄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떠오르는 강국인 중국이 점점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차가워진 태도에 우후루 대통령도 서방 국가보다는 중국과 돈독한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케냐 국민들을 돕는 대부분의 NGO가 KOICA와 같은 각 국가들의 개발 에이전시 지원금 및 개인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대형 원조 국가가 자금을 뺄 시 결국 그 피해는 누구에게로 돌아가게 될까요? 그리고 아프리카 원조에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도 과연 100% 선의로 아프리카 국가를 돕고 있는 것일까요? 원조, 각 국가의 이해관계 및 정치 상황과의 연관은 참으로 복잡합니다.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의 ICC 재판일은 올해 11월 12일로, 루토 부통령의 재판은 9월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우리 자원봉사자들도 그 순간을 케냐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본 내용은 현재 시점(2013년 8월 기준)으로 작성된 내용이며, 향후 현지 사정으로 인하여 변경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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