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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2기아프리카봉사단] 정나래 님의 글

네팔 장기자원봉사를 다녀온 친구가 ‘그 곳에서는 별을 덮고 잔다’라고 말할 때의 표정이 너무나 행복하게 보였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 꼭 한번 해외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이번 여름이 아니면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웹사이트를 검색하면서 KVO를 만났습니다.
 
부산에 사는 저로서는 KVO2기 봉사활동을 준비하는 한 달 동안 매주 토요일에 서울에 올라간다는 것이 부담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윤상원씨를 비롯한 1기분들과 막 귀국하신 이주연씨 의 말씀들, 그리고 조별활동을 준비하는 과정들은 에티오피아에 대해 간접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들이 되었습니다.
 
출국하는 날 인천공항에 모여 KVO 조끼를 걸쳐 입는 순간, ‘아, 우리가 가긴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루할 뻔 했던 비행과 인도에서의 13시간은, 일주일에 한번 모여 교육만하고 헤어졌던 단원들의 친화력을 높이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있었으면 철저히 구분됐을 낮과 밤은 인도와 케냐공항을 거치며 산산이 부서졌으나 에티오피아 공항을 도착했을 때 공항밖에 짙은 어둠은 이제야 우리가 도착했구나 라는 것을 실감하게 하였습니다.
 
한 시간 가량 차를 타고 도착한 숙소의 첫 느낌은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대충 짐을 풀고 잠을 청한 뒤 아침에 일어나 보게 된 KVO 현지 센터는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오기 전에는 전기도, 물도 공급여부가 불확실한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건물이라고 하면 그저 컨테이너박스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예쁘게 지어진 센터 뿐 만아니라 화단의 꽃까지 보면서 앞으로의 제 2주동안의 생활이 제가 예상했던 것 보다는 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를 휴식과 동시에 한국에서 준비해 간 교육들을 이루기 위한 시간으로 보내면서 다음날부터 교육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속한 교육팀은 팀장인 한 우, 조원으로서의 저(정나래)와 김계민, 신선분, 김준동으로 구성되어 음악과 한국어교육, 롤링페이퍼 등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교육하는 날, 준비해 간 것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반응을 일으킬까 라는 긴장감 속에 서 있는데 아이들이 옹기종기 흰 의자에 앉더니 저희를 보며 신기한 듯, 관심을 보여달라는 듯 웃어대는 모습에 저희도 두려움을 떨칠 수 있었습니다. (3기분들은 교육팀이 아닌 음악팀으로 활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저희 팀은 음악이 교육의 전반을 차지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뽀뽀뽀, 생일 축하합니다, 아리랑, 머리.어깨.무릎 등을 율동까지 곁들여 하루하루 가르치고 반복하면서 아이들이 저 멀리서도 저를 보며 뽐내듯 노래를 부를 때마다 어찌나 사랑스럽고 기특했는지 모릅니다.
 
또 간단한 한국어 교육을 위해 ‘안녕하세요’ ,‘저는 oo입니다’, ‘사랑해’, ‘고마워’를 현지 스텝인 만나와 다끔, 마스터에게 에티오피아 어로 발음을 부탁하여 아이들에게 비록 한글로 쓸 수는 없을지라도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연습을 시켰습니다. 저희는 야외 급식장 에서 교육을 했기 때문에 아이들의 집중력을 위해서라도 마이크가 있었으면 했고, 다행이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두명씩 짝을 지어 한국어 대화를 연습했고 자신들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울려퍼지는 것에 매우 즐거워하였습니다. 교육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이 저희가 가지고 간 모든 것들을 활용하는 것 보다는 이 많은 것들 중에서도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해주자 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다른 조의 분들에게 “오늘 교육팀 한국어 가르쳤지? 애들이 와서 사랑해~ 고마워~ 이러고 간다” 라고 말할 때, 저희의 교육이 흥미롭고 유익했다는 생각이 들어 마냥 황홀했습니다.
 
저의 에티오피아 이름은 ‘미뚜’였는데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 센터를 거닐 때, 교육을 준비하기 위해 들락날락 거릴 때 등등 어디를 가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듯, 여기저기서 ‘미뚜! 미뚜!’하는 음성이 들렸습니다. 만날 때 마다, 헤어질 때 마다 뽀뽀를 해주려고 할 때, 안기려고 할 때 , 처음에는 한명이 잡은 손이 나중에는 손가락 10개에 10명의 손이 잡혀 있었을 때, 생각해보면 특별히 해준 것도 없는데 여기저기서 ‘미뚜’를 부르며 함박웃음 짓는 모습을 마주할 때, 마치 연예인 팬미팅 현장에 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이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맑은 영혼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열악함 이라는 것은 풍요로움을 경험해보지 못한 아이들은 무슨 말인지 모를 가능성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의 미소나 사랑 만큼에는 거짓이나 흔들림이 없었기에 저는 아이들을 통해서 ‘아낌없이 주는 사랑’ 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받았던 그 사랑에 비해, 한 번 더 안아주지 못하고, 한 번 더 바라봐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 너무나 후회되고, 그런 모습들이 그립습니다.
 
5일간의 교육이 끝나고 에티오피아의 문화를 탐방하고 용사촌을 방문하는 여정을 거쳤습니다. 한국에서 이곳으로 올 때는 아프리카하면 그저 동물의 왕국에서나 보던 사자와 기린이 살고 사람들은 다 원주민처럼 벗고 다니는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이곳은 그저 한국의 시골풍경과 다를 바가 없기에 제 속으로도 부족하기 그지없는 지식이 수치스러울 정도였습니다. 또한 미처 알지 못했던 에티오피아의 한국전쟁 참가와 아직도 후세의 많은 분들이 한국을 기억하고 있지만 우리들의 기억에 그들이 잊혀 졌음에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의 아이들과의 만남, 함께한 시간, 용사촌 방문등 2주 동안의 프로그램은 너무도 알차고 풍부한 경험들이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날, 센터에 누가 ‘미뚜’에게 전해 달라며 맡기고 간 선물을 받았습니다. 제가 많이 챙기지도 못하고 이름도 잘 못 외웠지만 유난히 저를 따랐던 ‘멜라피아’ 것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뜯어보지 않고 한국에 온 첫날밤에 열어보던 그 순간, 비로소 눈물을 펑펑 쏟게 되었습니다. 예쁜 드레스를 입고 찍은 사진과 녹슨 반지, 그리고 아이들의 향이 묻어있는 머리방울을 보면서 이 소중한 것들을 저에게 하트 표 가득 붙여서 선물한 그녀의 마음이 한없이 고마웠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이토록 소중한 것을 용기 내어 전한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의 생활과 경험들은 오랜 시간 저에게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두서없이 쓴 수기라 조금 부끄럽지만 3기분들과 다른 분들에게 감성적으로나 이성적으로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이 글에 거의 등장하지 않았지만 저에게 그리고 저희 단원모두에게 큰 힘이 되었던 마이키 지부장님과 현지스텝인 만나, 다끔, 브룩, 마스터- 모든 분들 모두 너무나 감사했고, 조화로운 공동체 생활을 이루기 위해 서로 돕고 아꼈던 저희 15명 단원들 그립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저에게 주신 국장님, 회장님, 권 팀장님, 미진씨를 비롯한 KVO 전 가족들에게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2기 KVO 아프리카 봉사단 정나래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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