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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베트남] 김연정 단원의 봉사활동 스토리


[설레이는 처음]


작성자 : 김연정 단원 


한베센터 중급반에서는 베트남어를 쓰면 벌금 10,000d (한국돈 500)을 내야한다.

학생들은 선생님 몰래 베트남어를 쓴다. 그럼 어느 사이엔가 나타나 벌금을 달라고 한다.

베트남어를 쓰거나, 책을 안 가지고 오거나, 지각을 하거나 하면

어김없이 벌금이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벌금은 다시 돌려주지만 ~

그리하여, 나의 별명은 만동 선생님이 되었다.

어떤 날은 수업 후에 cam on (감사합니다)이라고 말했더니,

학생들은 나에게 벌금을 내라고 했다. 그게 아닌데...^^

   

학생들과 처음 만났던 개강식이 정말 어제 같은데, 기말시험이 다가왔다.

기말시험이 다가왔다는 것은 이제 초급반, 중급반을 마무리하고 학생들이 졸업한다는 뜻이다.

그동안 마음처럼 되지 않아서 많이 혼내기도 했지만,

그 속에 담긴 나의 마음을 알까? 알겠지? 알아줬으면 한다.

많이 혼내기도 했지만, 우리는 수업시간에 참 많이 웃기도 했다.

    


하루는 감기에 걸려 수업시간에 기침도 하고, 콧물이 났다.

학생 한명이 이런 내가 보기에 안쓰러웠는지,

선생님~ 하면서 수줍게 검은색 비닐봉지 하나를 내 손에 쥐어주고 간다.

검은 비닐봉지 안에는 티슈와 젤리사탕이 들어 있었다.

포장은 투박하지만 그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지 그 선물들은 사용하지도 않은 채

책상 위에 모셔두었다. ^^

또 어떤 학생은, 커피를 사왔는데 얼음이 다 녹았다며 수줍게 커피를 내민다.

얼마나 멀리까지 이 커피를 사러 갔으면 얼음이 다 녹았을까? 생각해보면

마음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서 가슴 뭉클하다.

    

처음이라는 것은 많은 기대와 설레임을 가지게 해 주는 묘한 단어이다.

2월말 한국의 겨울 끝자락을 뒤로 하고 호치민 공항에 도착해서 느꼈던

그 뜨거운 날씨가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느껴지는 듯하다.

그렇게 처음이라는 것은 오랜 기억으로 자리 잡는다.

나에게 졸업하는 학생들은 베트남, 호치민에서 만나는 첫 제자이며 첫 사랑이다.

이번 학생들이 졸업하면 또 새로운 학생들과 만나게 되겠지만

또 누구보다 열심히 가르치고 마음을 나누겠지만

부족했던 선생님, 어설픈 선생님으로 아쉬운 마음에 아마 오래도록 추억할 것이다.

 

인생은 작은 인연들로 아름답다라는 피천득 선생님의 말씀처럼

나에게 아름다운 작은 인연들로 찾아와 준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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