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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베트남] 호치민의 크리스마스

작성자: 박은혜 단원

매년 코 끝이 시린 겨울이 되면, 거리마다 울려퍼지는 캐럴과 여러 가지 장식들과 함께 한 해의 끝에 있는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기다리며 괜스레 마음이 들뜨곤 했는데요. 일 년 내내 뜨거운 호치민에선 사계절의 변화가 없다 보니 달력을 볼 때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싶어 깜짝 놀라게 됩니다.

베트남에서는 크리스마스를 “giáng sinh(降生)”이라고 합니다. 글자 그대로 신이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뜻인데요. 모두 잘 알고 계시다시피 크리스마스는 대부분의 기독교가 종교적, 문화적으로 기념하는 축일로서 예수의 탄생을 기리는 날입니다. 크리스마스가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는 한국보다, 오히려 베트남에서 부르는 이름이 훨씬 본래의 의미에 가까워 신기했습니다. 물론 한국 공휴일의 정식 명칭 또한 "기독탄신일(基督誕辰日)"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크리스마스가 더 익숙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베트남의 크리스마스는 공휴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더 많은 활동을 한다고 하네요. 크리스마스 이브도 공휴일이 아닌 것은 똑같은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12월이 되자마자 온 거리가 아름다운 장식들로 꾸며졌습니다. 손재주가 좋은 베트남 사람들답게, 각 가정이나 가게에서도 여러 가지 장식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냈는데요. 한베센터 근처에 있는 옷 가게에서는 마네킹에도 산타 모자를 씌워 두어 귀여워 보였습니다. 날씨가 더워서 크리스마스 기분도 안 날 것 같다고 생각했었지만, 매일 곳곳에서 들려오는 캐럴들과 크리스마스 리스, 각종 반짝이 끈, 전구 등을 이용한 정성스러운 장식을 보며 조금씩 마음이 설렜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월요일이라, 호치민 시내는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극심한 교통체증을 겪었는데요. 모두가 긴(?) 크리스마스를 즐기기 위해 시내로 나온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인 일로 금요일 저녁에 시내에 나갔다가 정말.. 고생을 했지만, 다들 진심으로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것 같아 좋아 보였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산타 행사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산타와 루돌프처럼 꾸미거나 빨간 원피스 등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아름다운 장식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며 이곳만의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느꼈습니다.

사람들의 대부분이 본래의 뜻보다는 가족들과 친구들, 혹은 연인과 함께 보내는 날이라고 생각하는 크리스마스이지만, 여전히 사랑이라는 한 가지는 언제 어디에서나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도 따뜻한 연말 보내시고, 더욱 사랑스러운 새해를 맞이하시기를 소망합니다. :)

일반 가정집의 장식물

호치민 시내의 장식들



기념촬영을 하는 사람들


선물을 받는 아기

극심한 교통체증

아파트 관리실에서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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