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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나만의 마지막 활동 점검_DR콩고 최명길 인턴

나만의 마지막 활동 점검
 DR콩고 최명길 인턴
 
▲활동종료를 앞둔 DR콩고 최명길 인턴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신이 좋아하는 한 가지의 일을 하기 위해서는 싫어하는 아홉 가지의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
이 말은 기술 등의 능력을 요하는 의미가 아니다.
내와 노력이 충분히 있다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무엇인가를 시작하려고 할 때 항상 마음속에 새겨놓으면 힘이 되는 말이다. 

콩고민주공화국에 발을 딛기 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머나먼 땅까지 와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들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었다.
진정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치는 않았다.
그저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좋아하지 않는 아홉 가지 일에 덥석 뛰어든 것이다.
내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였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의 활동 기간을 약 2주 정도 남겨둔 지금,
원하는 것은 얻었는지, 좋아하지 않는 것은 잘 극복했는지 내 스스로 물었다.
그러나 쉽게 단정 지어 답변을 할 수 없었다.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 항상 첫 번째이고 최고로 여길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좋아하지 않는 아홉 가지의 일을 더 이상 부정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아홉 가지의 일을 해보지도 않고 두려워하고 싫어했던 것이다.
 
정작 겪어보니 생각했던 것만큼 나에게 걸림돌은 아니었으며, 오히려 좋아하는 한 가지로 변해버렸다.
그래서 얻고자 했던 것과 그것을 얻기 위한 수단의 경계가 모호해진 것이다.
결국 결과가 과정을 감싸주는 것이 아닌 두 개가 일맥상통하게 하나가 된 것이다.
또한, 도움과 봉사라는 활동에 있어서 여러 가지 방법이 있고 다양한 환경이 있을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누구나 같은 목표를 두고 활동에 임한다는 것이다.
 
 
나는 현지에서 나름대로 활동에 노력을 더했다.
가끔 그렇지 못하는 사람도 마주했다.
 자신이 하는 일의 궁극적인 목표는 뒤로한 채 눈앞의 이익만을 얻으려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어렵고 불편한 일은 피해가려고 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런 행동이 옳지 않다는 것을 자기 자신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사람의 행동이 무조건적으로 잘 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일을 융통성 있게 헤쳐 나가는 것이 어떤 때는 현명하고 합리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차이들로 인해 목표는 같으나 방식이 달라져 힘이 분산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서로 간의 양보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음에도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원조의 현실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원조는 몇 백 년 전부터 행해져왔다고 한다.
기아, 빈곤, 질병 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현재 기아에 시달리는 인구수는 몇 십 년 전보다 더 증가했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자본주의 내에서의 상위 권력층들의 횡포에 의한 결과라고 한다.
(그 횡포들을 막아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권력층들의 욕심을 변화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당장 눈앞에서 기아로 인해 죽어가는 아이들이 있는데도 그런 욕심들은 쉽게 버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조에 대한 시너지 효과를 수단의 가장 큰 것으로 생각한다.
KVO와 같은 원조 단체들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실정이다.
(그런데 기아는 증가한다는 것이 정말 아이러니 한 일이지만,)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
누구 방식은 잘 못되었고 누구 방식은 옳지 못한 것이라고 비난하기에 앞서 힘을 모을 수 있는 방식을 고안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원하고 얻고자 하는 목표를 실현해야 한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도 여러 정부 기관 및 단체들과 힘을 합치려 동분서주하고 있다.
앞에서는 마음을 열어주는 듯하지만 결국 손을 맞잡아 주지는 않는 실정이다.
오히려 방해를 하는 기관들도 더러 있다.
럴 때는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관계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앞을 향해가야 하기 때문에 한 발 뒤로 물러선 다음 다시 보조를 맞추려 노력한다.
이는 현지에서 아이들을 도와주기 위하여 하고 있는 일 중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일이다.
언젠가는 그런 노력에 보답이 되는 성과가 나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성과 없이 과정 속에서 활동을 마치고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지만
조금이라도 나로 인해 길이 닦여 있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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