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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도마뱀과 함께하는 잠자리_DR콩고 김초롱 ODA인턴

도마뱀과 함께하는 잠자리
DR콩고 김초롱 ODA인턴
 
 
오늘은 제가 살고 있는 소텍스키에서의 삶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려고 합니다.
소개하기 전에 앞서 소텍스키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소텍스키는 콩고민주공화국(이하 DRC) 키상가니 시(市)의
망고보 코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소텍스키 울타리 안으로는 확인되지 않는 외부인이 들어 올 수 없도록 보안이 철저하며,
DRC 근위대 소속병사가 밤낮 구분 없이
소텍스키의 입구에서 안전하게 저희를 지켜주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저희 숙소는 키상가니에서 가장 안전한 곳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텍스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여러 개의 방직공장을 볼 수 있으며,
 그 뒤편으로는 개인 저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희 사무실과 숙소도 이곳에 위치해 있지요.
▲ 숙소 및 사무실

소텍스키는 ‘자연 친화적인 곳’입니다.
집에서부터 몇 걸음만 나가면 멋진 숲을 볼 수 있으며,
아침마다 진료소로 가는 출근길에는 풀을 뜯으러 울타리 밖으로 나오는
소 떼와 염소 가족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가끔 밤에 산책할 때에는,
개구리 울음소리와 반딧불의 불빛 그리고 하늘에 떠있는 수많은 별들을 벗 삼아 걷다보면
어둠에 대한 두려움은 금세 사라지고
그 고요함을 즐기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그리고 제 방에는 아주 귀여운 도마뱀이 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도시에서만 살 던 저는 키상가니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곤충은 무조건 해로운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키상가니에 온 지 2달째인 현재는
 그들과 더불어 사는 삶. 즉, ‘공생’하는 삶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제 방에 있는 도마뱀은 모기를 잡아먹어 저를 보호해주며,
소텍스키 안에서 동료들과 함께 산책할 때,
딱정벌레가 뒤집혀 아등바등 거리고 있으면 보기 안타까워
주변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이용해 뒤집어주어 갈 길 가도록 도와주곤 합니다.
또한,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다 아주 자그마한 거미가 지나갈 때,
예전에는 화들짝 놀라 샤워기로 물을 뿌려 살충 했다면
지금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사실 몸집은 제가 그들보다 수 천 배는 더 큰데
그동안 왜 그렇게 무서워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달이 더 지나면, 그땐 곤충들을 봐도 무감각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풀을 뜯고 있는 소 떼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염소 가족

 앞서 소텍스키에 대해 소개할 때,
‘자연 친화적인 곳’이라며 운을 띄웠지만, 사실 자연 친화적이라는 말보다
 ‘자연스러운 곳’이 더 어울리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꾸밈없이 원래의 자연 상태에 가까운 곳,
낮에는 활동적이지만 밤에는 밤 답게 고요한 그 곳.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집 앞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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