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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우기가 시작되고.._DR콩고 인턴 칼럼

우기 시작

 
DR콩고 최명길 인턴
 
 
 

 
 

한국에서 봄비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듯이 콩고민주공화국 현지에서도 우기가 시작되어 비가 시도 때도 없이 오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밖에서는 거센 바람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무서울 정도로 많이 내리고 있습니다. 건기 동안의 ‘우물 메마름’이 이 우기의 시작점으로부터 해소되기 때문에 비는 요즘 현지인들에게 단비로 환영을 받습니다.
 
 
 비로 인해 물 걱정이 사라져 저 또한 안심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배수로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는 현지에서는 비가 오면 물웅덩이가 많이 생깁니다. 그 물웅덩이들은 생활 폐수로 인해 오염이 급속도록 진행이 되고 말라리아모기들을 포함한 각종의 유해한 벌레들이 서식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으로 자리 잡기 때문입니다. 특히 말라리아모기들이 새롭게 자랄 수 있는 환경으로 최적화 되면서 현지의 아이들에게 치명적으로 유해한 작용을 하게 됩니다.
 
 
 현지에서 3년 동안 말라리아 치료 및 퇴치 운동을 하고 KVO의 진료 통계 자료에 의하면, 우기가 시작된 한두 달 후부터 말라리아 환자들이 급증을 하였습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우기는 시작되었고 현지의 배수로 사정은 전과 거의 다를 바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통계자료 전망과 같이 말라리아 환자가 급증한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그래서 우기가 당장은 반갑더라도 차후를 생각하면 오히려 근심 걱정거리로 전락을 하고 맙니다.
 
 
 그나마 희망을 걸 수 있는 것은 몇 달 전에 KVO가 현지인들에게 배포한 살충 처리된 모기장의 효과입니다. 저번에 실시한 ‘모기장 배포 수혜자 대상 모니터링’을 통해 99%의 수혜자들이 모기장을 통해 바른 사용법으로 아이들을 말라리아모기들로부터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였습니다. 건기에는 그 효과를 눈에 띄게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제부턴 저희가 배포한 모기장이 실력 발휘를 하여 아이들을 보호할 것이라 생각하니 조금은 다행스럽고 뿌듯해지는 건 사실입니다.
 
 
 한편, 말라리아 환자 발생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제쳐두고 발생원인의 중간에서부터 해결을 하려는 것이 조금은 아쉽기도 합니다. 지금은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 속에서 이뤄지는 활동이다 보니 우선적으로 아이들을 직접적으로 보호하고 치료하고 있습니다. 결국, 언젠가는  말라리아 환자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을 최우선 해결 과제로 하여 활동을 하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게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KVO 혼자만의 힘으로는 완전한 성과를 내기 쉽지 않습니다. 작은 모래 알갱이들이 모여서 아름다운 모래사장이 형성되듯이 소중한 손길 하나하나가 KVO에 모여 웃는 아이들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어루만질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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