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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콩고민주공화국의 문화 그 세 번째 이야기

 콩고민주공화국(DRC)의 문화 그 세 번째 이야기
 
찌는 듯한 땡볕아래에 있다가 머리가 솥단지처럼 점점 달궈져서 자기 손으로 만지기 어려울 만큼 뜨거워진 경험 있으신가요? 외출하기 전에 거울 앞에서 왼손에는 빗을 오른손에는 드라이기를 들고 찰랑찰랑한 머리카락을 멋있게 만들어 보신 경험 있으신가요? 누군가가 찰랑찰랑한 자신의 머리카락을 보고 달라고 한 경험은 있으신가요?
 
앞서 한 질문들은 모두 저의 머리카락과 관련된 경험들입니다. 왜 이런 질문들을 하냐고요? 이번에는 콩고민주공화국 현지인들의 ‘슈부(Cheveux-머리카락)’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 아프리카인들의 헤어스타일을 표현하자고 한다면, 많은 이들이 곱슬머리를 떠올릴 것입니다. 실제로도 거의 모든 현지인들이 매우 심한 곱슬머리입니다. 한국인들 중에서도 심하다고 생각하는 곱슬머리는 이곳 현지에서는 생머리(?)로 치부될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곱슬곱슬한 머리카락 유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무더운 환경 속에서 적응을 하고자 차츰차츰 변화되어 온 것이라는 진화론적 견해도 있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곱슬머리는 부피를 불려서 통풍이 잘되도록 하여 두상의 열이 밖으로 빠져 나가도록 돕는다는 것이죠. 이런 이유의 곱슬머리는 환경적응 관점에서 매우 유용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인간으로써 곱슬머리는 결코 지속할 수 없는 아름다움인 것이죠. 그렇다보니 이곳 현지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곱슬머리 스타일이 아닌 다양한 머리스타일을 연출하려고 노력합니다.
 
곱슬머리는 연출이 쉽지 않아 가발을 주로 이용하는데, 특히 여성들이 매우 다양한 스타일의 가발을 이용합니다. 저희 진료소 여성 직원들 또한 일주일이 멀다하고 가발을 바꿔가며 머리스타일을 꾸민 답니다. 그리고 가끔은 여성 직원들이 가위를 들고 곁에 와서 저에게 머리카락을 달라고 매우 진지하게(?) 속삭입니다. 그러면 저는 나중에 한국에 돌아갈 때 잘라서 주겠다며 약속을 하고 재빨리 자리를 벗어납니다.
  

 
이런 현지 여성들과는 달리 남성들은 99%가 매우 짧은 머리 상태를 유지합니다. 매우 깔끔하고 편한 머리 스타일인데, 너무 다들 비슷하다보니 뒷모습만을 봐서는 누가 누군지 사람 구별이 쉽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그래도 앞모습을 봤을 때는 머리스타일이 조금씩 달라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답니다. 면도를 하면서 변화를 주는 것이죠.
 


이렇게 DRC 현지인들은 모두 같은 곱슬머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발과 면도 등 나름대로의 방법을 이용하여 자신들만의 머리스타일을 만들어 갑니다. 저희 KVO도 활동이 여느 NGO들과 똑같거나 비슷할 수 있지만 그 궁극적인 목표와 실천에 대한 의지는 한 발 앞서가려고 항상 노력을 하고 있답니다. 이상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슈부(Cheveux) 소식이었습니다.
 
- ‘색 다른’ 모습이 아닌 ‘속 다른’ 모습을 추구하는 최명길 ODA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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