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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Mobembo elengi 즐거운 여행2 - 콩고 현지 생생 칼럼11

Mobembo elengi 즐거운 여행-2
콩고 민주 공화국 ODA 인턴 신희철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 가이드북 론니 플래닛(Lonely Planet)에서 키상가니를 ‘밀림 속의 사랑스러운 도시가 내전의 상처로부터 아직도 자유롭지 못하다’라는 문구로 소개 하고 있습니다. 키상가니 역시 내전의 상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에 키상가니를 방문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역사 유적지는 초포Tshopo강에 있는 초포 다리Font de Tshopo입니다.

 

 
초포 강은 키상가니 강의 지류 중 하나입니다. 링갈라어로 섬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키상가니의 남쪽에는 콩고강이 북쪽에서는 초포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행정 개혁에도 불구하고 키상가니를 포함해 동부 여러 지역들을 동부 주(州) Province Oriental이라고 부르지만, 새로운 행정 구분에 따르면 키상가니는 초포주에 속하게 되며 키상가니 시가 초포주의 주도(州都)가 됩니다.
초포강의 규모는 콩고 강에 비하면 작은 편이지만, 키상가니의 전력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초포 수력 발전소가 있고 초포강을 따라 사람들과 물자들의 이동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키상가니 시민들에게 초포강은 콩고강만큼 중요한 삶의 터전입니다. 철제로 건축된 초포다리 위에 서서 발전소의 방출량을 보고 있으면 그 웅장함과 박력감에 넋을 놓고 지켜보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멋진 풍경과는 다르게 초포 다리는 콩고 현대사의 슬픈 사연을 간직한 곳입니다. 콩고 내전 전략적으로 중요한 초포다리를 사수하면서 키상가니 내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가 일어난 곳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 다리 아래 매달려 있게 되었고 공간이 부족하여 버린 시체들로 강물이 핏빛으로 물들어졌다고 합니다. 지리적인 요충지이기 때문에 오히려 극심한 피해와 상처를 입은 초포 다리를 보면 풍부한 광물과 수력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내전과 경제 혼란으로 힘들어하는 콩고 민주 공화국의 모습과 겹쳐 보여 안타깝습니다.
 


초포 다리를 지나면 한적한 마을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내전 전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동물원도 있지만, 내전 당시 동물들도 희생당하면서 남겨져 있는 동물들도 없이 쓸쓸하게 남아 있습니다. 키상가니의 시가지 보다 더 울창한 밀림들이 나타나고 나무들도 높아지면서 도시가 아닌 콩고 민주 공화국의 시골 풍경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포장도 되지 않은 황톳길을 걸으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저를 매우 신기하게 쳐다보고 따라옵니다. 어느 정도 아시아인이 익숙해진 진료소 근처 주민들과 인도, 벨기에, 미국 등 외국인들을 접할 기회가 있는 시내에서도 사람들의 관심어린 시선을 받기는 하지만, 초포 다리를 지나 미지의 마을에 발을 내딛을수록 일거수일투족이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구경거리가 됩니다.
특히 아이들은 과도한 관심을 보이면서 다가와서 가끔 저를 지치게도 하지만, 한국의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아이들의 밝은 미소와 활기찬 모습들은 콩고 민주 공화국의 가장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넉넉하지 않은 월급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나, 정말 학교가 갈 형편이 되지 않아서 어린 나이부터 부모님과 함께 물건을 팔거나 일을 하는 아이들을 보더라도 자신의 삶을 비관하고 지치지 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기 몸에 절반이 되는 물을 머리에 끈을 매고 이어가는 아이들도 신기한 외국인을 보게 되어서인지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이 아름다우면서도 강인해 보입니다.

 

 
최근 동부 고마 지역에서 다시 M23 무장 반군들이 정부군과 교전을 일으켜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콩고 민주 공화국이지만, 집집마다 거리마다 가득한 아이들의 밝은 미소를 보기 위해 삶은 여행이라는 말처럼 저의 여행은 늘 즐거울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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