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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모기장과 함께한 2 mois(개월)-콩고민주공화국 생생칼럼 10

모기장과 함께한 2 mois(개월)



DR콩고에 와서 가장 먼저 제가 한 활동은 말라리아 예방 살충 처리 모기장 배포였습니다.
2차년 도에 총 만장을 구매하여 1, 2차 배포를 마치고 남은 약 900장의 모기장을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진료소에서 나눠주는 활동입니다. 말라리아 예방과 퇴치가 활동의 목적이므로 모기장 배포는 우리의 빈곤퇴치기금 활동에 가장 중요한 활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지에서는 모기장을 통해서만이 아이들과 임산부들을 말라리아모기로부터 보호를 할 수가 있는 실정이므로 그 중요성은 배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키상가니(현재 활동지역)시에는 매우 많은 현지인들이 거주를 하고 있기 때문에 만장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양입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대상자를 진료소 치료 기준과 같이 5세 이하 아이들과 임산부들로 정한 것입니다. 이번 2차년도 3차 배포 때는 평일에 진료소를 방문하여 모기장 수혜 대상이 아니었던 인원들에게 선착순으로 나눠주었습니다. 수혜 대상자가 된 그 인원들은 간단한 개인정보를 기재하고 번호표를 배부 받았다가 정해진 배포 하는 날 다시 방문하여 정보 확인 후 모기장을 받아 갔습니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오전에 배포를 실시하였는데, 배포 전에는 일찍 온 인원들을 대상으로 사전 설문조사도 실시하였습니다. 사전 설문조사지는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구사하는 링갈라어로 제작되어 저희 직원 한 명이 문항을 하나하나 읽어주며 진행을 하였습니다. 아직은 글을 모르는 현지인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현지인들에게는 설문조사라는 것이 처음 해보는 활동이기 때문에 현지인들은 최대한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정성껏 작성을 해주었습니다. 설문조사에 익숙한 한국인들은 이해를 못할 수도 있지만 그 작은 종이 한 장 위에 매우 다양한 실수들을 범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름과 주소 기재 란에 정보를 반대로 적어 놓기도 하고, 문항의 해당 보기 번호에 체크를 해야 되는데 문항 번호에 동그라미를 그려 놓기도 하였습니다. 그래도 저희 직원들이 그런 미숙한 부분들을 도와가며 함께 작성을 하였습니다. 기억에 남는 설문지가 하나 있는데, 그 설문지의 해당 보기 번호에는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네모가 반듯하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귀찮아서 문항을 제대로 읽지도 않을 것 같았던 현지인들에게 그런 순수한 면도 발견을 할 수 있었습니다.
 

 
모기장 배포가 시작을 하면 수많은 대상자 아주머니들이 저에게 다가옵니다. 한번은 수십 명이 내 무릎에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서 먼저 받아가려고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면 모기장을 받아가면서 감사하다는 말 100번에 한번정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무질서한 모습과 도움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태도에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었지만 배포가 한번, 두 번, 세 번이 되자 현지인들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배포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는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줄을 서서 차분히 기다렸고, 질서가 잡히자 대기하는 사람들도 마음이 차분해져 나눠주는 우리에게 한번이라도 더 고맙다는 말을 전해왔습니다. 그런 변화된 모습에 저도 모르게 감사함과 성취감을 느꼈었습니다. 단순히 말라리아 예방을 위해 시작했던 모기장 배포에서 또 다른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게 행운과 같았고 결코 단순한 활동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약 두 달간의 모기장 배포는 현지인들에게는 나쁜 모기를 막을 수 있는 보호막이 돼 주었고, 이제 활동을 시작하는 저에게는 현지인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이제부터는 한 모기장 안에서 저와 현지인들이 어떻게 아등바등 살아갈지 무척 기대가 됩니다.
여러분들도 모기장 밖에서 놀다가 다치지 마시고 어서 안으로 들어오시길 바랍니다. ^^

 
- 모기장을 덮고 자는 남자(인턴 최명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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