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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티오피아에서 집 구하고 집 꾸미기

에티오피아에서 집 구하고 집 꾸미기

 
- 윤고은 단원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집을 사기 위해서는 ‘부동산’을 이용하지만, 집을 렌트하기 위해서는 ‘브로커’라 일컫는 중개자를 이용한다. 브로커는 주로 투잡(two job)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요즘에는 길거리에서 신발을 닦는 슈가이(shoe guy)도 면허증을 따서 일을 배우고 있다. 솔직히 누가 브로커인지 누가 길거리에서 쉬는 사람인지 구분하기 어렵지만, 한명의 브로커를 알게 되면 그 사람이 다른 브로커에게 연결하고 연결해서 한 집에 5~8명의 브로커가 연관되게 된다. 주로 계약금의 10%를 브로커에게 주는데, 모두가 공평하게 나눠가진다고 한다.

최근 에티오피아 물가가 급상승 되었는데, 특히 집값이 많이 올랐다. 예를 들어, 제일 작은 평수는 6개월 전만에도 1600birr였던 집 렌트 값이 지금은 2200~3500birr로 뛰어올랐다. 그로인해 이사 가는 사람들이 드물어 빈 집 찾기가 어려웠다.

에티오피아 집 형태는 한국의 주공아파트처럼 정부임대주택인 Government Apartment가 있고, 예전에 살던 집 형태의 개인 주택, 그리고 콘도미디엄 등이 있다. 몇 년 전에는 정부아파트를 개인에게 판매하기도 했는데, 이를 개인아파트(Privatized Apartment building)이라 지칭하겠다. 역시나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기 때문에 크고 멋진 집을 보면 누가 살까 싶다가도 허물어져가는 진흙집을 보면 마음이 아픈 게 이곳 현실이다.

전 집 계약이 끝나 새로 집을 구해야 하는 나는,  총 5명의 브로커에게 한 달 전부터 조건을 주고 집을 찾아달라고 부탁했었다. 주로 회사 근처로 알아보려고 노력했고, 안전여부, 물 공급 여부를 주 조건으로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물 문제가 있는 집이 대부분이라는 것. 낮에만 나오거나 밤에만 나오거나 아니면 아예 물이 안 나오는 집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라운드 층을 빼고는 물 문제가 있었다.(위로 올라갈수록 수압이 낮아지기 때문) 하지만, 물이 공급되지 않는 것을 “문제점”이라고 보는 것이 나의 비교하고 편견적인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이곳 사람들은 물이 공급되지 않아도 불평하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라도 그들의 방식대로 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주변에 ‘가드’라 불리는 경비가 24시간 있는 곳을 선택하고 싶었다. 가드는 주로 할아버지 나이의 나이든 남자로 굵은 나무 스틱을 갖고 다니며 집 주위를 돈다. 한 밤 중에 가드를 보고 도둑인줄 알고 많이 놀랐던 기억이...

결국 내가 살게 될 집은 CMC라 불리는 지역 근처 개인아파트(3층까지 있는 빌라형태) 그라운드 층, 스튜디오 형식의 집이다. 여기서 그라운드층이란 유럽식의 층수를 사용하고 있으며, 한국의 1층을 그라운드층이라 부른다. 스튜디오 형식이란 한국의 원룸을 생각하면 되는데, 대문을 열자마자 메인룸이 있고, 화장실, 주방, 베란다가 있다.
내 집은 집 주인이 베란다를 주방으로 만들고 주방은 작은 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덕분에 작은 방은 옷방(!)과 짐을 놓는 창고 형식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 계약서를 작성!
이번 집 계약은 KVO 사무실에서 작성한 영어로 된 계약서와 브로커에게 받은 암하릭으로 된 계약서 두 양식에 사인했다.
 
- 청소하는 날!
우선, 빗자루를 이용해 거미줄과 먼지를 털어내고, (은)수세미와 물을 이용해 구석구석 깨끗이 닦았다. 솔직히 어떻게 이곳에서 가족과 어린 아이들이 살았나 싶을 정도로 너무 더러웠고,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현지에 청소전문가(Professional Cleaner)가 있긴 하지만 내 손으로 직접 하는 것을 선택했다. 청소를 다 끝낸 후, 바퀴벌레 퇴치 스프레이를 3일에 걸쳐 뿌렸다. 어느 곳에나 바퀴벌레와 다양한 종류의 벌레가 정말 많다.
 
- 페인트칠 하는 날!
모든 준비물을 구입, 역시나 전문으로 페인트 칠하는 사람(Professional Painter)을 고용하면 되지만, 내가 외국인이라서 그런지 많은 돈을 원해서 직접 내 손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어떤 색으로 벽을 칠할까, 고민하다가 하늘을 닮은 연한 하늘빛으로 정하고 페인트가게에 갔다.
  

 
페인트는 4L(155birr=10000원)과 2L(75birr=5000원)의 두 종류로 판매하는데, 나는 Sky Blue 색과 Broken White(요즘에 인기 있는 색 : 하얀색과 아이보리 중간 색), 브러쉬와 롤러를 구입했다. 천장은 브로큰화이트로 칠했다. 처음해보는 페인트칠이었지만 경험 있는 현지 친구가 많이 도와주었다. 페인트는 오직 오일페인트만 생각해서 심한 냄새를 걱정했지만, 수성페인트를 이용했고, 페인트칠 후 하루 만에 이삿짐을 옮길 수 있었다.
 
 
- 장판 구입!
주로 실내 바닥을 청소한 후, 슬리퍼나 신발을 신고 돌아다니며, 날씨가 추워지면 카펫트를 깔기도 하는데 나는 한국처럼 신발을 벗고 맨발로 다닐 수 있게 플라스틱 장판을 구입했다. 아디스아바바에는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가장 큰 오픈마켓인 Markato(마카토)가 있는데 다양한 상품과 저렴한 가격의 장점이 있는 반면,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그만큼 소매치기도 많아서(그곳에서 두 개의 핸드폰을 잃어버렸다:[ ), 이번에는 Shola(숄라)라는 마켓에 갔다. 나무 무늬의 장판을 고르는데, 주인이 중국제품과 한국제품을 비교하면서 한국제품 품질이 백배 훨씬 우수하다는 말에 한국인으로써 자부심(!)을 느꼈다. 한국제품의 가격은 대개 2m*1m=65birr(4550원) 정도 한다.
 
 
- 가구 구입!
나무로 된가구는 품질이 우수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다. 6개월, 혼자 살기에 가구를 모두 구입하자니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마침, 현지 친구가샴보꼬(대나무를 일컫는 말, 대나무와 비슷한 재질의 나무를 이용해 여러 가구를 제작한다)로 만드는 탁자와 옷장을 주문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주어 오래 일한 장인(오랜 기간 동안 대나무 작품을 만들어 온 늙은 노인을 장인이라 부르겠다.)을 찾아가 주문했다. 옛날 옛날에는 전통의 것을 다들 무시하고 만드는 사람들은 아주 적은 돈을 버는 등 장인에 대한 대우가 낮았지만, 요즘에는 전통적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이들의 작품 값어치가 높아졌다. 나는 두 개의 테이블과 옷장을 주문했다. 하지만, 일주일 후 약속한 시간에 그분을 찾아갔을 땐, 그분은 나타나지 않았고, 핸드폰도 연락 두절 상태였다. 반을 선불한 상태였고, 강한 신뢰를 했기 때문에 그 믿음이 깨지는 순간 머리가 어지러웠다. 하지만, 결국엔 구입 완료!!
<샴보꼬. 대부분, 쉽게 샴보꼬를 (Bamboo)대나무로 번역하는데, 대나무 모양이지만 훨씬 약한 재질이다.>
 

 
<가까이에서 사진촬영하는 것이 어려워 차내에서 몰래 촬영한 샴보꼬 거리>

- 침대 구입!
매트리스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폼’과 스프링이 안에 든 매트리스. 꽃무늬 천으로 감싼 스티로폼은 두께와 질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주로 5cm=180birr에서 30cm=1800birr까지 있고, 스프링 매트리스는 1800birr에서 3600birr까지 사이즈와 두께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이것 역시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라고. 잠자리가 가장 중요하지! 생각하며 나는 스프링 매트리스와 매트리스 프레임(frame)을 구입했다.
 
- 커텐 구입!
 
 
현지 직원의 추천을 받아 에티오피아 전통 커텐으로 결정. 전통 의상을 파는 가게에서 구입했다. 그 주인이 외국인인 나에게 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러서 황당하기도 했지만, 결국엔 좋은 가격으로 좋은 품질의 멋진 디자인의 커텐을 구입할 수 있었다.
현지 직원과 현지 친구에게 이불, 전기스토브, 접시, 탁자 등을 도움 받았다.
 
한국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며, 집이나 가구 등의 관심이 없었던 내가 에티오피아라는 타지에서 처음으로 혼자 집을 구하고 집을 정리하는 것이 벅차기도 하고 많이 서툴며 힘들었지만, 에티오피아 나라와 사람들을 더 알아 가는데 귀중하고,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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