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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케냐]김선영 단원이 만난 짐 나르는 아저씨.

양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부녀회 지원을 위해 키수무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부녀회에서 잡은 닭 30마리를 포대에 담아 마타투(matatu, 소형버스)를 타고 키수마에 갔습니다.
마타투에서 내렸더니 많은 사람들이 다가와서 짐을 옮겨주겠다고 나섰습니다.
이 분들은 키수무의 마타투 승강장에서 짐을 옮겨주며 50실링(약 700원) 정도 받아서 돈을 버는 분들입니다.
 
멀리서 저희를 보고 있다가 나중에 다가오시더니 이거 옮겨줄테니 음료수 한병만 사달라고 한 아저씨가 계셨습니다.
"50실링에 옮겨줄게"하며 말을 거는 분들 보다, 소다 한병이면 충분하다는 아저씨의 조용함이 좋아 그 분께 짐을 맡겼습니다.
 
말이 짐이지, 제게는 손끝을 대는 것조차 망설여지는 것이었습니다.
닭을 잡은 후 씻어서 비닐에 개별 포장을 했었지만 여전히 핏물이 떨어지고 있었고 특유의 닭냄새도 났습니다.
장갑을 끼지 않은 맨손으로는 고기가 생선을 만질 엄두도 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옮기나 당황하던 차였습니다.
아저씨는 처음에는 두 팔로 들었지만, 만만치 않은 무게 탓인지 머리에 짐을 얹어서 나르셨습니다.
닭을 넣은 포대자루에서는 핏물이 계속 떨어지면서 아저씨의 목을 따라 흐르고 셔츠를 적셨습니다.
뒤에 따라가면서 어찌할 바를 모라서 화장지를 찾아 닦으려는데 아저씨는 괜찮다하시며 웃으셨습니다.
 

 
그 모습에 울컥했습니다. 그리고 반성했습니다.
한국에서 아무 부러운 것 없이 넉넉하고 여유있게 살았던 제가 부끄러워졌던 건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소다 한 병이면 된다며 저는 만지기도 꺼려졌던 짐을 머리에 이고 가던 모습을 통해서
제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수 많은 것을 누리고 있으면서 그걸 알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평탄한 내 일상조차 감사한 날들임을 깨달았습니다.
 
짐을 옮겨주신 후에 소다 대신 100실링(약 1400원)을 아저씨께 드렸습니다.
케냐에서는 하루 일당이 250실링(약 3500원) 정도 합니다.
그런데 짐을 잠시 옮겨주신 아저씨께 100실링은 큰돈이라 주변에서는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소박하게 소다 한병을 청했던 아저씨의 모습과 함께
갖고 있음에도 감사하지 못 했던 모습들을 깨닫게 해주셨던 분이기에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의 활동은 늘 제게 많은 것을 보여줍니다.
자전거로 사람을 실어 나르고 나서 단돈 20실링을 벌려고 땡볕 아래서 오랜 시간 기다리고,
5실링을 팁으로 주면 그렇게 기쁘게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저는 만지기도 싫은 닭을 머리에 이고 옮겨주면서 작은 소다 1병이면 된다고 말하는 분도 만났습니다.
30실링짜리 물 한병 팔려고 버스 스테이션에서 마타투마다 돌아다니는 어린 소년도 만났습니다.
 
저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 수많은 걸 누리고 있으면서 그걸 알지 못 했지만
이제는 가진 것을 나눌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 케냐에서 김선영 단원이 보내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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