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을 넘어 서울을 대표한다는 자긍심으로
KVO통역자원봉사단 24기 (2023년 03월 ~ 09월 현재 활동 중)
고은
2023년 2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친구와 수다를 떨던 저는 친구가 KVO 북인사관광안내소에서 매주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도우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눈을 빛내며 말하는 친구를 보고 부럽다는 생각이 든 것도 잠시, 정말 대단하다고 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렇게 끝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친구에게 안내소에서 새로운 봉사자를 구하는 데 혹시 지원해 보지 않겠냐는 연락이 왔습니다. 어떻게 나를 기억하고 연락을 줬냐고 너무 좋다고 신이 나서 이야기하니, 봉사 이야기를 듣던 제 눈빛이 ‘나도 해보고 싶다. 너무 부럽다.’로 가득했고 질문도 엄청 많았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저도 모르는 새에 제가 열렬한 관심을 보였나 봅니다.
그렇게 꽃 피는 3월부터 함께하기 시작한 안내소와의 인연은 금세 7개월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늘 회화에 목말라 있던 영어와 독학으로 공부한 일본어로 외국인 관광객을 돕는 일은 친구의 말대로 몹시 보람찬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외국인과 소통하는 일이 쉽지 않게 느껴지고 겁도 먹었습니다. 문법적으로 맞는 말, 가장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말하는 게 어려웠고 저의 부족한 외국어 실력을 통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유창한 외국어 능력이 아닌 ‘진정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간단한 단어를 사용하더라도 정확한 안내를 하고, 짧은 안내를 하더라도 미소로 그날 하루 서로의 안녕을 바랐을 때 비로소 저의 마음이 전해지고 안내소를 찾는 관광객분들도 만족하고 떠나시는 것을 느꼈습니다.
실제로 봉사 중 한 외국인 관광객분께 몹시 간단한 안내를 해드렸을 때 짧은 안내지만 밝은 미소로 응대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관광객분은 저를 따라 밝게 웃으시더니 가방에서 초콜릿을 꺼내 선물로 주셨습니다. 유창한 언어, 특별한 도움이 아니고도 ‘사람 대 사람’으로 통할 수 있다는 뜻깊은 경험을 한 날이었습니다.
이처럼 관광객의 입장에서 안내소를 방문하는 시간은 몹시 짧지만, 그 기억은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 지속될지도 모릅니다. 이때 저의 미소와 말투가 서울 여행의 기억을 좌우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안내할 때의 마음가짐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인사동을 넘어 서울을 대표한다는 자긍심과 책임감을 느끼고 임하고 있습니다.
2023년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친구의 KVO 북인사관광안내소 봉사 이야기에 열렬한 관심을 보였던 일일 것입니다. 왜 선배 봉사자들이 몇 년이 흐른 후에도 안내소를 찾아 와 봉사하고 안내소와의 인연을 이어가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타인을 돕는 일의 가치와 외국어로 소통하는 즐거움을 알려준 안내소와의 인연을 저도 오래오래 소중하게 여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