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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티오피아] 에티오피아 방문기 두 번째 이야기

신명숙 교육전문위원



올해부터 에티오피아 KVO지부는 교육 환경이 가장 열악한 5개 공립초등학교로 지원을 확대하여 초등교육의 내실화를 이룰 수 있도록 협력하고 지원하는 코이카 지원프로젝트 사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5개 초등학교를 차례로 방문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에티오피아에서 KVO지부 설립 초기부터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KVO의 뜻과 함께한 현지인 마이키 지부장을 비롯한 봉사자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이 지역에서 깊은 신뢰를 쌓아 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이키 지부장으로부터 에티오피아 교육의 현실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듣고 나선 길이었지만 우리 일행은 생각보다 더 열악한 교육 현장을 보며 이곳 학교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좀 더 깊이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시간들이었다. 

차례로 학교 현장에 가 보니 대부분의 학교가 에티오피아 전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다소 어두운 작은 교실에서 다수의 학생들이 교과서조차도 제대로 없는 상황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다.

어떤 학교는 마땅한 운동장이 없어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땅도 고르지 않는 흙먼지 이는 마당 같은데서 뛰놀고 있었는데 그 흙먼지를 마시는 아이들의 폐가 걱정이 될 정도로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교무실도 마찬가지로 어둡고 업무할 책 걸상 조차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한 상황을 보니 학생 뿐만 아니라 교사들에 대한 배려도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KVO에서는 이렇게 교육환경이 열악한 5개 초등학교에 오로미아 주 교육부와 각 학교의 요청으로 먼저 학교생활에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탱크와 수도시설, 화장실 등의 개보수를 위한 지원을 하여 교육환경을 개선해 주고 필요한 교육기자재, 도서 등도 보급하였다. 그리고 점차적으로 교육의 질도 나아질 수 있도록 모색하고 있다.

학교 내 존재하는 성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히 여학생을 위한 칸막이 화장실을 설치하였다. 게다가 마이키 지부장의 세심한 배려로 각 화장실 안에 수도를 설치해 주어 종이조차 사용하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해주었다. 

열악한 학교 환경에도 불구하고 해맑게 웃으며 반기는 학생들의 순진무구한 모습을 보면서 애틋한 마음과 함께 깊은 감동을 받기도 하였다. 그 학생들 중에 KVO센터에서 급식도 하고 잔디밭 운동장에서 뛰놀기도 하는 아이들이 오히려 큰 행운이란 생각이 들어 앞으로 모든 아이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길 염원해 보았다. 

▶ 비쇼프투 지역 초등학교 정경

▶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들의 모습  

에티오피아 학교 교육에서 가장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 중 또 하나가 가임기 여학생들에 대한 배려였다.

생리기간이 되면 생리대가 없어 학교를 나오지 못하는 여학생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그래서 여학생들의 고충을 해결하고 즐겁게 학교를 다니게 하기 위해서 대안 생리대 제작 교육은 꼭 필요한 프로젝트이다.   

오랜 시간 아프리카에서 봉사한 경험 많은 수녀님 두 분께서 대안생리대를 만드는데 천으로 접는 방법만 알면 누구나 쉽게 만들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이곳 현실에 가장 합당한 대안생리대를 고안해 내셨다.

그래서 현재 국내에서도 'Happy woman' 프로젝트 모금활동을 하고 있고 그 후원금으로 이곳 KVO센터에서는 거의 매일 학부모, 교사, 가임기 여학생 대상으로 대안 생리대 교육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두 분 수녀님께서 이 교육을 위해 매일 몸소 제작 교육에 사용할 천과 물품들을 준비하시고 교육하시느라 여념이 없으셔서 나도 틈틈이 함께 도우며 이야기도 나누는 좋은 시간을 가졌다.

▶ 대안생리대 물품을 준비하는 모습

▶ 여학생 대안생리대 제작 교육

1116일은 학부모 대상으로 대안생리대 제작 교육이 있었다.

이번에는 코이카 관계자, 오로미아주 정부 및 교육 관계자 등 많은 외부 인사들도 많이 참석하여 관심을 보였다.

30명 정도의 학부모들과 함께 우리 일행도 대안생리대를 만드는 방법을 함께 배워 보았다.

바느질을 처음해 보는 학부모들이 대부분이어서 바늘에 실을 꿰는 방법부터 가르쳐 주고 미리 준비한 천을 접어 생리대를 만드는 방법도 여러 번 반복해 익혀보기도 하고 속옷에 고무밴드를 부착하기 위해 꿰매는 방법도 알려주면서 함께 하다 보니 처음엔 다소 쑥스러워 하던 학부모들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해졌다.

정부 관계자인 어떤 남자 분도 진지한 모습으로 직접 생리대 접는 방법을 배우기도 했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서로 도우며 배우다 보니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무르익어 갔고 따뜻한 인간애로 넘치는 감동의 시간이었다.

▶ 대안생리대를 만들고 있는 모습


  

때마침 1118일 토요일은 교사 워크숍이 있는 날이었다.

오랜 교직 생활을 한 나에게 에티오피아의 교사 워크숍을 참관할 기회가 생겨 너무 반가웠다.

먼저 학교 현장도 가보고 마이키 지부장을 통해 이곳 교사들의 현실적 상황도 조금 더 이해하게 되니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미소 짓는 교사들의 얼굴만 봐도 친근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5개 초등학교에서 온 교사들이 함께 모여 강의를 듣고 직접 활동도 하는 과정에서 서로 마음을 활짝 열고 진지하게 활동하는 모습에서 깊은 감명을 받아 마음이 절로 훈훈해졌다.


▶ 교사 워크숍 모습



2주일간 KVO의 다양한 활동을 체험 하면서 무엇보다 KVO센터의 역할과 소중함을 새삼 깊이 깨닫게 되었다.

환경이 열악한 이 지역에서 KVO센터가 하는 일들이 많은 아이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고 꿈과 희망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도와 줄 뿐만 아니라 이 지역의 더 나은 교육의 미래를 위해 산실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음을 깊이 인지하게 되었다.

나 자신 또한 이곳에서 깊은 감명을 받으며 힐링이 되었고 마음의 지평도 넓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아쉬운 마음으로 차창 밖을 바라보니 드넓은 밭에서는 누렇게 익은 곡식을 수확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시간들을 KVO센터에서 보내느라 많은 곳을 둘러 볼 기회가 없어 아쉬웠지만 공항으로 가기 전에 아디스아바바에서 6.25전쟁 참전 용사 기념공원과 에티오피아의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루시 박물관을 가본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6.25 전쟁 당시 UN을 움직여 UN군 파병이 가능하도록 하여 황실 근위대인 강뉴부대 6,037명을 먼 이국땅인 우리나라에 파병하여 253번의 전투에서 모두 승리를 거둘 만큼 용맹스러웠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전쟁 중 심지어 고아들을 지원하기도 하였다고 하니 그 따뜻한 마음을 보여준 에티오피아 참전 용사들의 넋을 기리고 깊이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이처럼 혈맹의 나라이기도 하고 지속적으로 우호관계를 맺고 있다 보니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매우 좋았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공항에서부터 곳곳마다 한국인이라고 하면 반색하고 호의를 베푸는 모습에 더욱 놀라웠고 마음 뿌듯할 정도로 기뻤다.

▶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 공원의 정경



6.25때 우리나라에 은혜를 베풀어준 인연으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먼저 KVO지부를 설립하여 이제는 신뢰를 바탕으로 더욱 끈끈한 유대감을 이어가는 이 나라가 더욱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았다.

또한 우리에게 즉흥적으로 스스럼없이 노래와 춤을 보여주던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서로 같이 사진을 찍으려고 나의 목을 끌어안고 자리 쟁탈전을 벌이던 아이들의 따뜻한 사랑의 온기가 지금도 여전히 나를 에티오피아에 머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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