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박은혜 단원
유난히 길었던 이번 추석은 잘 보내셨나요? 이곳 베트남에도
음력 8월 15일, 추석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처럼 연휴로 보내지는 않고 기념일 중 하나로 여깁니다. 그래서 저희 한-베센터의 직원들은 한국의 추석을 부러워하며 평소처럼 열심히 일을 했답니다.
베트남의 추석은 중국의 중추절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중추(中秋)의 한자식 발음을 그대로 사용하여
쭝투(Trung thu)라고 부르기 때문이지요. 또한 중국의
월병과 닮은 반쭝투(bánh trung thu)를 선물하고 가족들과 함께 먹습니다. 지역마다 넣는 재료가 다 다르지만 주로 연꽃 씨, 녹두, 찹쌀, 돼지고기 등과 함께 보름달을 상징하는 둥근 모양의 떡을 넣는다고
합니다. 저희도 학생들이 반쭝투를 선물해주어 몇 개 먹어봤는데, 여러
가지 맛이 있지만 대체로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맛이 납니다. 그리고 꽤 달아서 한 조각 이상
먹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한국과 달리 2모작, 3모작을
할 수 있는 베트남에서는 쭝투에 추수나 수확의 의미는 그렇게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신 쭝투는 어린이들의
명절이라고도 하는데요. 쭝투가 어린이들의 명절이 된 것은 어린이를 사랑했던 호찌민 주석이 어느 중추절
행사 연설에서 부양가족이 없고, 특히 전쟁 때문에 가정과 사회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사랑하자고
역설하면서부터였다고 전해집니다.
쭝투가 되면 거리마다 어린이용 장난감과 연등, 다양한 종류의 반쭝투가
판매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장난감과 연등을 선물하고, 아이들이
과자와 사탕을 실컷 먹을 수 있게 해주기도 하고, 시간을 내서 아이들과 함께 함께 달 구경을 합니다. 한국의 어린이날처럼 쭝투는 베트남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지요.
집안의 어른들이 농사짓기에 바빠 한동안 소홀히 했던 자녀들을 위로한다는 뜻에서 아이들을 위한 행사도 많이 열립니다. 달이 높이 뜨면 무어런(Mua Lan)이라는 전통 행사가 열립니다. 이때는 행운을 상징하는 사자나 용 모양으로 장식된 탈을 쓰고 춤을 추는데요, 아이들도 연등을 들고 따라다니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저희 아파트 아래에서도 자꾸만 북소리가 들려 찾아가 보니, 아이들을 위한 사자춤 공연이 펼쳐지고 구경하는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의 민요를 부르고 있어 색다른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공휴일이 아니어서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재미있는 베트남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사진출처: 구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