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나누는 일] 김연정
나는 우유를 좋아하지 않는다.
허약했던 나를 걱정하신 엄마가 초등학교 내내 우유를 신청하셨다.
엄마 눈을 피해 언니에게 우유를 주었다.
초등학생이후로 나는 우유를 ‘카페라떼, 카푸치노’로만 마셨다.
그런데, 한국어 중급반 학생 중 한 명이
고향에서 오는 길에 있는 우유가 유명한 곳을 들러 아침 일찍 우유를 사 가지고
우리 집에 왔다. ‘왔으니 점심을 먹자’라는 나의 말에 땀 냄새가 나서 안 된다며 그냥 간다.
너무 신선해서 유통기한도 짧은 우유! 이걸 선물하려고 먼 길 오토바이를 탔으니
땀 냄새가 날 수 밖에...
괜찮다고 들어오라고 해도 우유만 주고 간다.
그렇게 커피가 아닌 우유를, 마음이 느껴지는 우유를 마셨다.
베트남에는 “VESAK” 이라는 부처님 오신날 행사가 있다.
일주일 동안 각종 행사가 열린다. 베트남에서는 꽤 큰 행사이다.
베트남에서 템플스테이를 한 번 해 보고 싶다는 나의 말을 기억한 학생 덕분에
VESAK에 함께 참여할 수 있었다.
아기 부처님에게 물을 붓고, 향을 피우고, 연꽃에 불을 켜고 소원도 빌었다.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사람들을 따라, 베트남어 1도 모르지만 눈치껏 따라했다.
무슨 뜻인지 몰라도 모두가 건강과 안녕을 바라는 마음은 같으리라 생각하면서.. ^^
박항서 감독님 덕분인지 한국 사람들에 대한 인상이 좋은 것 같다.
연예인도 아닌데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같이 사진찍자는 사람도 있었다.
학생들과 함께 주말을 이용해서 “vung tau” 라는 곳을 놀러 갔었다.
흥과 끼가 많다는 건 수업시간에 이미 느끼고 있었지만
학생들의 흥은 감출 수가 없었다.
유튜브로 한국노래를 찾고 이동형(?) 노래방 기계에 연결하였다.
노래방 기계를 들고 오다니..^^
vung tau 바닷가에서 즉석 노래방이 만들어졌다.
K-POP은 이미 세계적이지만, 나보다 더 잘 알고 더 잘 불렀다.
교실에서 나는 한국어 선생님이지만, 밖을 나서면 학생들은 나의 보호자가 된다.
선생님 가방 조심하세요! 선생님 핸드폰 조심하세요!
선생님 오토바이 조심하세요! 길을 건널 때면, 손을 잡아준다.
학생들은 선생님 뭐 먹고 싶어요? 선생님 맛있어요? 하며 늘 물어본다.
마음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 같다.
학생들과 노래 부르며, 해산물 먹으며 웃음 가득한 추억을 만들었다.
누군가의 핸드폰 배경 화면이 되기도 하고, 마음이 담긴 쪽지 편지에 울컥하기도 한다.
숙제 안 했다고 혼내다가 갑작스런 생일축하에 멋쩍기도 하고
무섭다며 호랑이 선생님이라고 하면서, 좋아한다고 말하는 그 마음에 행복하기도 하다.
이런 저런 조그마한 마음을 나누는 일이 보람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