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7월 1일 밤부터 6일 오전까지 일어났던 실제 상황입니다. 곤충을 사랑하시는 분께는 읽지 않으시길 권합니다.
동현은 공지영의 <봉순이 언니>를 읽고 있었다. 서울 본부과 아프리카 본부로 보낼 보고서 작성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한 후, 전과 다름없이 독서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문득 왼쪽 팔에서 가려움을 느꼈다. 모기가 물고 있나 싶어 쳐다보았지만 거기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뭔가가 물었는데…………’
하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니 그냥 착각인가 하고 다시 글자로 눈을 돌렸다.
다음 날 아침에 잠에서 깨어난 그는 밤새 팔을 긁으면서 잠을 설쳤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왼 팔의 겨드랑이 아래로 4cm쯤 떨어진 곳이 빨갛게 부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개미가 물었나?’
샤워를 마치고 물파스를 바른 다음, 그 날은 커피와 빵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말라리아 진료소로 향했다.
숙소로 돌아와 옷을 벗고 팔을 확인한 그는 그 자리가 크게 부어있고 색깔이 지나칠 정도로 빨갛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려움은 여전했고, 이제는 통증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하는 중이었다.
‘아비사씨가 피부과 전문의였지? 그래. 모레 꼭 보여드리자.’
다음 날은 일요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밤 그는 자는 도중에 긁지 않기 위해 그 자리를 얇은 천으로 감싼 채 잠이 들었다. 그 전에 DR.콩고에 와 처음으로 연고를 발랐다. 아무리 아파도 약이라고는 좀처럼 쓰지 않던 그였지만, 혼자 있다는 현실을 되새기며 연고를 사용해보았던 것이다.
4일, 월요일.
““거미가 문 것 같다. 분명히 모기는 아니고, 열이 없고 걸어 다니는 것을 보니 독이 있는 거미는 아니다.””
아비사씨의 진단에 안심한 그는 연고를 보여드리며 괜찮은 약인지를 물었고 그렇다는 대답을 얻었다.
하지만 가려움은 여전했고, 통증은점점 심해졌다. 그 통증은 전에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것이었는데, 마치도 무언가가 뱃속에서 콕콕 찌른다고 하는 그런 것과 흡사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찌르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주 미세하게, 하지만 분명히 느껴질 만큼.
5일, 화요일 오후.
공사 현장에 다녀온 그는 문득 팔이 뜨겁다고 느꼈다. 부은 부위에손가락 두 개를 대어보았는데 열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아주 단단했으며 계속되던 통증을 느꼈을 뿐이었다. 그는 독한 거미가 물었나 보다 생각했다. 그리고부은 부분의 꼭대기 부분이 얼마 안 있으면 고름이 나올 것 같은 상태로 보였기에 이제 곧 낫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밤 9시경.
이번에 느낀 무언가의 움직임은 너무나 생생했다. 팔 안 쪽, 피부 아래에서 무언가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 부은 부분의 꼭대기는 조금만 힘을 주면 터질 것 같이 보였다. 한 번도 고름을 짜본 적이 없었던 그는 어쩔 수 없이 깨끗한 휴지를 준비했다. 그 전에 2차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흐르는 물에 부은 부위를 씻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의자에 앉아 부은 부위의 가장 자리를 엄지와 검지로 잡고 위로 밀어 올리듯 누르기 시작했다.
무언가 움직이던 것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대신 그 무언가가 외부의 무언가에 저항하듯 버티고 있다는 느낌, 또 하나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는 조심스레 부은 부위를 눌러가며 힘을 줄이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상처에 금이 갔는지 맑은 물이 조금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3분 정도가 지났을까?
고름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시커먼 고름. 전에 고름을 본 적이 없었던 그는 고름이 흰 색일 것이라짐작했었다.
‘원래 검은색인가?’
그 순간에도 못 말리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그 색깔에 궁금증을 품었지만, 나오기 시작한 고름을 끝까지 빼내버리자는 생각에 누르는 힘을 줄이지 않았다. 고름은 서서히 밀려나왔고 색깔도, 아주 느리지만 점점 흰 색으로 변해갔다. 그런데 고름이 밀려나오는 속도가 이상하리만치 느린 것 같았다. 나오지 않으려고 저항한다는 느낌? 그리고 그는 놀라기 시작했다. 고름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분명히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에 눈을 의심하며 가까이 바라보았다. 어두운 조명 때문에 자세히 볼 수가 없어 답답했다.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눈 조리개를 집중시켰다.
고름은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마디가 있었다. 고름이 아니었다.
보는 데 집중하느라 손가락에 힘이 풀리는 것을 몰랐다. 애벌레가 도로 기어들어가고 있었다. 파고들고 있었다. 저것이 들어가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다시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얼마나 힘을 주었던 것일까? 이미 빨갛게 부은 부분은 마치 수명을 다하고 물을 먹은 고무처럼 탄력이 없었다. 무조건 끄집어내야 한다는 생각에 벌레가 꿈틀거리는 방향을 따라가며 손가락을 옮겨댔고, 어느 순간 애벌레는 툭 튀어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수돗물을 틀어 흐르는 물에 상처 부위를 맡겨두고 오른 손은 깨끗한 수건을 감아 쥐고 있었다.
가방에서 후레쉬를 꺼내어 바닥을 비추어 보았다. 애벌레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말간 물기 위에 꿈틀거리면서. 진짜 애벌레, 유충이었다.
‘기생충인가!’
피부 아래 기생하는 기생충이 있다는 것을 학교에서 배웠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분명 우리 나라에서 발견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기생충이라면 이렇게 이른 시간에, 출국하기 전 날 약을 한 알 삼키고 왔는데, 이렇게 이른 시간에 생길 수가 있는 건가?’
그는 옷장에서 구충제를 찾아 한 알을 삼켰다. 바닥에 있는 유충을 휴지로 걷어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그는 몸 속에 남은 유충이 있을 것만 같아 상처 부위를 다시 짜내기 시작했다. 물과 피가 섞여 나왔지만 유충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팔 속 어딘가에 숨어버린 것 같아, 몸 속을 파헤치며 천천히 꿈틀대고 있을 것 같아, 관상동맥을 타고 심장으로 가고 있을 것만 같아, 혹시나 왼 팔을 못 쓰게 되는 것은 아닌가 싶어 걱정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흐르는 물로 한 번 더 씻어내고, 내일 아비사 씨에게 보여드리는 수 밖에 없었다. 걱정이 되어 연고를 바를 수도 없었다.
6일, 수요일 오전.
그는 아비사 씨에게 상처를 보여드리며 어제 있었던 일을 말씀 드렸다.
““파리의 일종이다. 보통 파리라고 하는 것과는 다른 것인데 파리의 한 종류이기는 하다. 빨래를 풀밭이나 지붕에 널어 말릴 때 파리가 거기에 알을 까고 그 알이 부화해서 작은 유충이 나오면, 그것이 옷에 붙어 있다가 사람의 피부로 옮겨가는 경우이다. 드물게는 벽이나 기둥에 기대고 있을 때 그것이 옮겨 가기도 한다. 옮겨 온 유충은 피부를 훑고 다니는데, 그 움직임이 미세해서 사람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이다. 유충은 비교적 연약하고 피가 잘 도는 피부 지점을 찾아 파고 들어 그 안에서 성장하는데, 파고드는 힘도 워낙 미세해서 사람은 느끼지 못한다. 그렇게 피부 속으로 파고 들어간 유충은 그 안에서 영양분을 섭취하며 자라고성장을 마치면 다시 피부를 뚫고 나온다. 유충이 자라는 과정에서 피부가 괴사하는 경우도 있으며 그것을 발견했다 해도 직접 끄집어내는 것은 어렵다. 몸에 박힌 총알을 스스로 꺼낸다고 생각해봐라. 그것과 비슷하다. 넌 운이 좋았다.””
반전
그는 생각했다.
‘내가 그렇게 더러운 놈인가? 그래도 파리는 파리다. 파리는 구더기고. 내 몸에서 파리 새끼 구더기를 키웠다는 건가? 어릴 때 시골 뒷간에서 보았던 그 똥무더기 구더기가 내 몸 속에 들어앉아서 내가 먹은 음식을 같이 먹고 있었다고? 내가 키웠다고? 꼬박꼬박 샤워하고 씻고 위생 관리 철저히 한다고 했는데, 결과가 구더기라고? 내가 그렇게 더러운 인간인가? 어떻게 파리 새끼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타고난 낙천성과 대범함으로 느글느글 웃으며 아비사 씨에게 농을 던졌다.
““나 죽나?””
심각한 얼굴로 지켜보던 벤자민 씨와 루치아노 씨가 킥킥대기 시작했다. 그는 생각했다.
‘그래, 니들도 속으로는 더럽다고 생각했제?’
아비사 씨가 대답했다.
““안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