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통 자원봉사자 성정희
매주 수요일, 나는 선약 있는 여자
한 달에 한번 가족 모두가 참가하는 가족봉사 덕분에 봉사활동에 대한 즐거움과 보람을 알게 된 나는
한아이만 키우는 엄마가 되어 전부터 관심을 가져온 봉사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그해 봄, KVO에서 ‘500인의 식탁' 이라는 회보가 도착했고 맨 마지막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찾다 저금통봉사를 만나게 되었다. 차량운행도 가능했고 또한 내가 꾸준히 할 수 있는 오전시간대에 봉사가 가능했기 때문에 저금통 봉사를 시작했다.
저금통 봉사활동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배포에서 마무리까지의 과정은 2인1조로해서 주로 은행, 식당, 상가 등을 방문하여 설치할 곳을 찾기 위해 필드로 나가는 일, 설치 후 3,4개월에 한번 정기적인 교체와 잘 모금되는지, 분실은 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일, 수거해 온 저금통의 돈을 은행에 가져가 각 기부자들의 이름으로 입금 시킨 후, 기록장에 모금액을 기록하고 영수증을 발급하여 우편으로 각각의 기부자들의 주소지로 보내는 일로 구성되어 있다. 그밖에 각 구와 동별로 활동지역을 정리하기, 모금이 잘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곳을 선별하여 일의 우선순위를 매기기 등의 일들이 있다.
나는 오전 시간대에 차량운행을 하며 저금통 배부와 수거를 하는 활동을 한다.
첫날 사무실에서 활동 내역에 대해 듣고 바로 20년 경력의 선배님과 저금통 수거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활동 나가는 첫 날은 다행히 동행하는 입장이라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혀 안면 없는 식당이나 상가를 찾아가 봉사 특히 아프리카 어린이에게 관심조차도 없는 그들에게 봉사활동의 목적을 설명하고 저금통 설치를 허락 받는 일은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여러 곳에서 거절당할 때는 기가 죽어 다시 봉사활동을 할 용기를 잃을 때도 있었지만 같이 동행한 이의 사기를 저하시킬까 내색을 하지도 못하였다. 때로는 잡상인처럼 여겨질 때도 있었고 봉사하는 날에 하필이면 지인이 밥 한번먹자고 연락이 와서 갈등이 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 일을 하다보면 마음 따뜻한 이웃도 많이 만난다.
조그만 치킨 집을 운영하는 주인 부부는 매일 천 원씩 저금통에 직접 넣어 모아주기도 하고 대학 앞 복사 집 총각은 복사비를 할인해주고 할인받는 돈만큼 저금통에 넣어달라고 조그만 글귀도 적어두고 아프리카어린이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사진까지 찾아 저금통 옆에 세워두기도 하며 어느 칼국수집 사장님은 ‘커피 값 300원을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넣어주세요’ 라고 스티커를 붙여 주시기도 한다. 이 분들의 노력에 감사해 하면 오히려 자신들이 도와줄 수 있는 입장에 있어 더 큰 기쁨을 얻는다고 하신다.
무엇보다도 봉사활동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은 나와 내 가족들이다.
이일 이후 나는 아프리카에 대해, 봉사와 나눔에 대해 더 많은 책을 읽고 아이들과 대화하며 지금 너희들 곁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조그만 일이라도 먼저 하라고한다. 아이들은 엄마가 한가한 시간을 취미활동과 친구들 모임 등으로 바쁜 엄마가 아니라 세계에서 일어나는 빈곤에 대해 알고 또 나아가 먼 나라의 아이들까지 행동과 실천으로 챙기는 엄마로 생각하게 되었다.
내 봉사활동의 즐거움을 함께 알아가게 된 가족 덕분에 이렇게 이일을 하다 보니 벌써 2년이 넘었다.
그 시간동안 여러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이제 저금통봉사도 나의 생활의 일부가 되어 어떤 유혹이나 방해하는 일들이 생겨도 꼭 수요일 오전 시간은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나의 수요일은 봉사활동과 함께 할 것이다. 나는 이미 저금통봉사와 사랑에 빠졌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