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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2만원의 기적 (15인의 천사들과~~)

※ 이글은 지난 여름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다녀오신 김분남 님이 단기해외봉사단 클럽에 올려놓은 글입니다.
 
 
"샘...대한 항공 언니들 모두 천사 같어요"
방콕에서 대한 항공을 갈아타며 맴버들 모두가 내뱉는 탄성이다.
2주일간을 검은 피부색만 대하다 하얀 얼굴의 스튜디어스를 대하니
더 아름답게 보였나부다.
 
나는 여태 참었던 표현을 해버렸다.
"대한항공 언니들이 천사가 아니라
바로 너희들이 천사라고....
15일 동안 난 천사들과 함께 했다고..." 
 
부끄럽게 씨익 웃는다.
 
 
여행을 좋아했지만 아프리카를 목적으로 하진 안았다.
20여년 전 부터  알게된 어떤 분이 올 2월에 에티오피아로 봉사를 가셨다.
3개월 있다가 오신다더니 5개월이 지나도 오시지 않기에 궁금하기도 하여 
가벼운 맘으로 여행에 동참했다. 
 
소속 봉사단체를 방문하여 신청을 하고
외국인에게 한마디 말이라도 건내 보려고 두달동안 영어학원도 다니고
인터넷 뒤져서 정보도 수집하고...
 
떠나기 한달 전부터 본격 트레이닝에 들어갔다.
이름하여 한국의 명문대생들이 다 모인 맴버들과
함께해야하는 부담 아닌 부담감도 생겼다.
(연대,고대, 이대,서강대,동국대 대학원생,미국 유학생,영국 유학 준비생 등16인)
 
 
봉사가 무엇인지?
봉사 주체자가 가져야할 자세 등등..
한 달 동안 주말이면 모여서
머리 맞대고 필독서 읽으며 연구하고, 발표하고 ....
간단한 현지어도 몇 마디 배우며..
 
모두가 20대인데 나 혼자 40대...
"뭐 어때...." 하며 용기를 냈다.
(지식은 좀 부족할지 몰라도 살아온 경력이 얼만데... ㅋㅋ)
 
근 하루에 거쳐 비행기와 버스로 도착한 곳은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 아바바에서
50여 킬로 떨어진 오로미아 지역 부셔부트라는 곳이다.
(부셔버트란 " 저주받은 땅"이란 뜻이란다)
 
수도권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가장 먼 지역 쯤이리랄까
그곳을 더 벗어나면 연결되는 도로도 없는 그야말로 오지가 된단다
 
"한국국제봉사단체(KVO...KOREA INTERNATIONAL VOLUNTEER ORGANIZATION)에서
100여명을 대상으로 얼마 전 부터 새로이 급식을 시작한 곳이다.
 
급식소에는 현지 봉사자 들이 대부분 맡아서 하고 있기에 우리는 보조 역할이었다.
말이 급식이지 배가 고파 학교에도 가기 힘든 아이들에게 한끼 식사를 주고있는 실정이다.
우리가 보기엔 한끼이지만 그들에게는 하루 식량이다.
 
그래도 급식 혜택을 받는 아이들은 하늘이 준 행운아들이다.
1.5 배 정도의 식사를 준비 하지만 대상이 되지 못하는 아이들이
문밖에서 기웃 거리는걸 보고 있으면 맘이 아프다.
 
게다가 1/3 정도가 에이즈감염자들이다.
난 우리 맴버들에게 조심하라고 당부했다...쉽게 옮진 않으나
그래도 맴버들은 아이들과 딩굴고 논다.
 
함께 현지 말도 배우며, 게임도 하고, 사진도 찍고, 기타치며 노래도 가르쳐주며,
문명을 신기해 하는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며
뭔가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알려 주고 싶어서...
 
다행스럽게도 한국에서 준비해 간 교육 프로 그램이 점점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완벽한 언어 구사가 아니어도 맘이 통하고 있나부다.
 
저녁이면 녹초가 되어버린 몸인데도 고추장에 참치통조림과 함께 비벼 먹으며
다음날 프로 그램을 밤세워 준비한다.
영어반,미술반,엑티브반,,,,, 보고 있으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밤이면 모기와 벼룩과 싸워야한다.
운 나쁘게 말라리아 모기라도 물면...ㅠㅠ
모기보단 벼룩이 괴롭힌다.
이녀석은 보이지도 않으면서 발끝에서 목까지 온몸을 훑고 지나간다.
하루 종일 긁다보면 온몸이 피투성이다.
 
아디스아바바로 결연 아동 가정 방문이 주어졌다.
(결연 아동이란 한달에 2만원을 봉사 단체에 내면 한 아이에게
지속적인 도움이 이루어지는 관계이다.)
 
도시 빈곤이 더했다.
집이라고 찾아가니 바로 시궁창으로 통해 들어간다.
숨쉬기 조차 힘들고 구역질이 날 듯한 냄새가 풍기는...
 
전기가 없어 더듬다 시피 들어간 공간이 한평 정도나 될까?
구석진 곳에 침구 처럼 보이는 누더기가 깔려있고.
다치고 병들어 누워있는 부모님을 대신해서 거리에서 구걸하는 아이들...
 
아이들은 아니 누구나 사진 찍히길 좋아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낭만이 아니다.
자신의 사진을 보고 도와 줄 어떤이를 구하는 것이다.
 
길거리를 가다가 사진을 찍으면 어느새 달려들어 돈을 달라고 요구한다.
스스로 자립하기 보다 구걸을 먼저 배워 버린,
아니 구걸을 가르친 통치자들 ....
국민들이 잘 살면 외국의 원조가 줄어 든다고 그들의 통치자들은  생각한단다.
자국인도 희망이 없음을 이야기 한다.
 
그들에겐 어메리컨 드림이 있다.
들은 이야기로는 미국으로 가는 로또도 있다고 한다
소위 배운 이들은 모두 해외로 나가서 돌아오지도  않는 단다.
 
그들은 지금 1999년을 살고 있다.
밀레니엄을 준비 중이다.( 우린 타임 머쉰을 타고 7년전으로 갔다는거~~~ㅋ)
우리나라로 보면 9월이 새해이다.
또 1년 365일을 13개월로 산다
(1개월을 30일 정도로 하고 남은 며칠을 셈해서 13월로...)
 
 
토,일요일은 수업이 없어서
한국전 참전 용사들이 잠든 곳으로 가 보았다. 
예전엔 우리나라를 도와 주던 나라였건만....
 
현존하고 계시는 참전 용사(당시 계급이 중령이었단다)를 한분 만났다.
아랫턱에 총탄이 스쳐서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 있자니, 맘이 무척 아파왔다.
우리 정부에서 그들을 위한 노력이 무엇인지 알고 팠다.
몇 년 전에 기념탑과 기념비를 세워 준 것이 다인듯하여 부끄러웠다.
 
가끔 참전 용사 가족들이 기념관으로 찾아 와서
살기 힘들다고 호소 한단다.
이들을 돕는 방법도 생각해야 하리라.
 
 
봉사 활동 날짜가 중반을 넘어가니 모두들 아쉬워 한다.
정들어버린 아이들과 헤어질 생각이 부담으로 되어갈 즈음에
우리식으로 청군 백군으로 나누어 운동회를 하였다.
 
100미터  달리기
이인 삼각,
바구니에 볼 넣기,
밀가루 속에 사탕 찾아 물고오기,
탈춤추기,
태권도,
선생님과 릴레이 등등
 
모두가 하나였다.
모두 즐거워 하였다.
지구촌 어딜 가나 아이들 놀이는 공통점이 많아 보였다.
구슬치기, 비석 맞히기 등 비슷한 놀이가 있어 함께 하기가 더욱  쉬웠다.
 
저녁에 잠들며 걱정이 되었다.
한끼 밥을 먹이고 너무 힘들게 운동을 하게 한건 아닌지...
다음날 피곤해서 쎈터에 못나오면 어쩌나....하며
 
어젯밤 걱정이 무색하게도 더 많은 아이들이 쎈터로 왔다.
인근 학교에서 선생님들도 몇몇분 오셨다 .
교육 참관을 하고 싶다고....
 
한번도 교육 혜택을 받아보지 못한 아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잠재적 재능에 대해 우리들은  열띤 토론을 하였다 .
현실적으로 아무 힘도 되어 주지 못하는 무력함을 너무도 잘 알면서도....
 
서로에게 깊은 기억으로 남길 바라며 이별을 준비했다.
마지막날 수업을 마치려는데,
아이들이 깜짝 쑈를 해준다고 한다.
저들도 뭔가 답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나부다.
 
민속춤과 노래를 불러주었고,
밤새 어둠속에서 더듬으며 그린 듯한 카드를 전해 받으며
우린 모두 눈물을 흘렸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맴버들은 서로에게 말한다.
"난 다시 한번 더 올거야.
아니 와야 할거 같에.....
다시 오고 싶어 ....."
 
 
이제 우기가 끝나면 건기가 시작 된다.
부셔버트엔 크고 작은 호수가 몇 개 있는데
우기엔 그곳에 말라리아 모기가 알을 낳고
건기가 되면 기승을 부린단다.
말 그대로 지옥이 연상된다.
 
말라리아든 에이즈든
힘없는 그들은 그냥 맥없이 당하고 만다. 
다음에 다시 올때면 그들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운 맘이 생긴다. 
 
 
 
TV에 "만원의 행복"이라는 프로가 떠오른다.
일주일을 만원으로 버티는 게임...
 
 
 
"2 만원은 저 지구 반대편에서는 기적을 낳습니다."
  라고 외치고 싶다.
(한 달에 18000원이면 한명의 어린이가 매일 한끼의 식사를 할 수 있고
  2000원은 현지 운영비로 쓰인다.)
 
10년을 먹일 수 있는 경비를 들여
그들과 함께한 10일.....
 
교육은 100년 계획이라 했다.
10년을 먹일 식량을 사주기 보다 
100년을 자립할 수 있는 씨앗이 되길  바라며
씁쓸히 ..........................................................................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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