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작게 인쇄

[해외][에티오피아]해외봉사단 3월 적응기

(작성자: KVO 에티오피아 지부 배성문 봉사단원)
 
 
1. KVO 케냐 지부에서의 1주일과 오키리와의 만남
  목적지인 에티오피아로 들어가기 전에 1주일간 KVO 케냐지부를 둘러 볼 예정대로 나이로비에 들어섰다. 인천에서 두바이를 거쳐 케냐 나이로비까지 긴 여행이었지만 처음 나이로비 공항을 빠져 나왔을 때의 낯선 풍경은 피곤함을 느낄 틈을 주지 않았다. 공항에서 숙소까지의 도로에서부터 도시 한 복판 조차도 야생의 흔적이 묻어나는 것만 같은, 서울이나 다른 대도시들과 전혀 다른 느낌을 주었다.
키스무에 건설중인 센터와 그곳에서 시행되고 있는 급식 사업, 가축 사업 둘러 볼 기회도 준비되어 있었다.
 
   (2010년 해외봉사단원-윤이나,서지예(케냐) 이귀운,정미정,배성문(에티오피아))
 
  그 와중에 결연사업 담당자인 릴리앙씨의 도움으로 2007년부터 인연을 맺어온 결연아동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밀드레드 오키리라는 키스무 근처에 사는 여학생이다. 나이로비에서 키스무로 떠나기 전에 우리의 일정을 알려주고 만남이 가능하지 확인하기 위해 전화 통화를 했다. 다행히 친척이 키스무에 살기 때문에 전날 친척집에서 하루 머물고 우리를 만날 수 있다고 답을 주었다.
 
  약 3년 동안 편지를 통해 소식을 들은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만날 수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결연 사업을 후원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처럼 멀리 떨어진 곳의 결연 아동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운이 좋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키스무까지는 6시간이 넘도록 차로 달려야 하는 거리였다. 새벽에 출발해서 서서히 떠오르는 해를 보고, 끝업는 초원과 심심치 않게 보이는 야생동물들을 보면서 키스무에 다달았다. 키스무 시내에서 다시 사업소로 가기 전에 오키리를 만났다. 처음 결연을 시작했을 때 받았던 사진보다도 부쩍 어른스러워 보인다는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입학했을 대였고, 지금은 우리나라로 치면 수능시험을 보고 내일 나올 점수를 기다리면서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예비 대학생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내가 낯선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모르겟지만 오키리는 생각보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아이인 것 같았다. 다행이 옆에 계신 올렌데 케냐 지부장님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사실 나도 이런 만남을 생각도 못했었고 흔치 않은 소중한 기회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한국과 케냐 사이의 물리적 거리 만큼이나 먼 혹은 더 멀지도 모르는 오키리와 나라는 개인과 개인 사이에 놓여진 거리를 지나서 이렇게 만났다는 사실에 적잖이 머쓱해 하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처럼 편한 대화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오키리는 의대에 진학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의대라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케냐에서도 매우 높은 성적을 요구할 텐데 대견스럽기도 하고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그러던 중 예전에 올렌데 지부장님께서 서신으로 오키리가 학생 회장을 엮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신 기억이 났고, 그러고 나니 걱정보다 자랑스러움이 앞설 수 있었다.
 
 
2. 미키아스 지부장님과 KVO 에티오피아 지부
   그렇게 케냐 지부를 둘러보고 수녀님들과 케냐 봉사단원을 뒤로 하고 에티오피아로 들어오는 날이 되었다. 미리 나이로비에와서 우리 단원 3명을 이끌고 에티오피아로 돌아가실 미키아스 KVO 에티오피아 지부 지부장님은 첫인상이 매우 좋으신 분이었다. 첫 인상과 그동안 한국에서 들은 이야기들 뿐이었지만 사람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묻어나는 분이었다. 나이로비에 오셔서 처음 우리 봉사단원과 인사할 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와 함께 머리를 숙이시는 모습이 생생하다.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 아바바에 있는 볼레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어두워진 후였다. 지부장님의 사모님과 어린 딸 그리고 다그마위라는 KVO스텝이 나와있었다. 지부장님은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비쇼프트에 있는 센터까지 태워 주시고 미리 준비해둔 음식들을 챙겨주었다.
  에티오피아는 케냐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이곳도 많은 자연을 느끼고 볼 수 있지만 좀 더 잘 가꾸어지고 차분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더위를 많이 타는 나로서는 고지대에 위치해서 공기가 선선한 에티오피아 날씨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비쇼프트에 도착한 다음날에는 KVO 스텝을 포함한 자원봉사자와 지역 주민들과 만나고 인사를 나누었고, 에티오피아의 공용어인 암하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암하릭어 공부와 적응을 중심으로 약 2주간의 시간이 흘렀다. 함께온 이귀운, 정미정 단원은 암하릭어도 부쩍 늘고, 항상 밝은 모습으로 2주동안 나에게 좋은 동기화가 되었다.
   3월 중순부터는 프로젝트 브리핑을 받고 본격적으로 업무를 손에 쥐기 시작했다. 각각 담당 업무를 배정받고, 지부장님을 포함한 스텝들과의 회의, 보고를 하면서 오늘까지 지내고 있다. 아직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았고, 사회경험이 많지도 않은 나로서는 많은 기여를 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 업무를 시작했을 때, 조금이나마 무엇인가를 기여했다는 그 보람은 잊을 수가 없다.
  나는 회계와 엑티비티 구상을 맡았다. 우선은 내가 맡은 업무가 매우 마음에 든다. 회계업무는 KVO 에티오피아 지부를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엑티비티 구상은 아직 구체적으로 업무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현지 자원봉사자들과 아이들과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을 떠난지 1달하고 약 1주일. 잘 가꾸어진 센터와 지부장님을 비롯한 스텝,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따뜻한 애정 덕분에 매우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에 돌아가는 그 날까지 이렇게 보람을 느끼고, 실질적으로도 이곳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과 의미있는 기여를 남길 수 있기를 바란다.

 
코멘트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