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 계신 아프리카 본부장님을 뵙고 콩고 민주공화국으로의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나이로비를 출발해 우간다의 엔테베를 경유해서 키상가니까지 들어오는 케냐 항공의 항공기는 약 120석 규모의 소형 항공기입니다. 첫 입국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비행기 좌석이 완전히 들어찼었는데, 대부분 승객들은 엔테베에서 내렸습니다. 키상가니까지는 16명이 왔고 그 중 11명은 중국인이었습니다. 그들은 이곳에 도로 공사 사업을 위해 입국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입국 과정에서 난항을 겪었습니다. 비행기가 착륙을 시작할 때부터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했는데, 착륙 중이니 화장실에 갈 수는 없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어떻게든 빨리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인 승객들이었습니다. 그들이 단체로 왔고 그래서 수속도 단체 자격으로 받는 것 같았습니다. 공항 직원이 이들을 가장 자리에 한 줄로 세우더니 “빼쓰뽀뜨, 빼쓰뽀뜨” 하고 손짓을 하며 여권을 걷었습니다. 저야 물론 그냥 지나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 직원에게 잡혀서 중국인들 줄 맨 끝에 밀어 넣어졌습니다.
나는 한국인이라고, 중국에서 온 것 아니라고 아무리 말해도 막무가내로 세우고는 여권을 내놓으라고만 말합니다. 중국인들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고는 아무 말도 않더군요. 자기네 회사 사람이 아니라고 어떻게든 표현해주면 좋겠는데 그저 가만히 있기만 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 여권을 직접 보여주면, 표지 색깔부터가 다르니 먼저 보내주겠거니 싶었는데 그냥 가져갑니다. 배는 점점 아파오고 직원에게 화는 나고 중국인들에게는 더 화가 나고, 이래저래 곤혹스럽던 찰나, 누군가가 “미스터 킴.” 하며 불렀습니다. 그리고는 그 ‘못된’ 직원이 “꼬레안, 꼬레안.” 하며 다가와 건물 안으로 안내해주더군요. 저를 알아본 사람은 공항 경비원이었습니다. 지난주에 출국하면서 인사를 나누었던 사람으로, 다시 키상가니에 올 계획이 있냐고 묻기에 다음 주 화요일에 돌아온다고, 여기가 내 집이라고 대답했더니 무척 좋아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저를 기억해두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그 말을 지켜주었습니다. 참 고맙지요. 옆에 서 있던 그 ‘못된’ 직원은 살짝 노려봐주었습니다.
이 체험을 통해 알려드리고 싶은 것은 다름이 아니라, 어느 분이시든 키상가니에 오실 일이 있으시다면, 그리고 엔테베를 지난 다음 비행기 안에서 둘 이상의 단체 중국인 승객들을 보시게 된다면, 비행기에서 내리신 후 어떻게든 자신이 중국인이 아님을 어필하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항 직원이 어설픈 발음으로 “니 하오, 빼쓰뽀뜨.” 하며 다가오는 순간, 여러분의 콩고 입국에는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공항 경비원 덕분에 다행히 일사천리로 입국 수속을 마치고 KVO DR콩고 직원 루치아노의 오토바이에 올랐습니다. 여행 가방은 다른 오토바이 택시에 싣고 집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공항에서 소텍스키까지 오토바이로는 약 40분가량이 소요됩니다. 이제 집에만 가면 배 아픔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더군요. 공항도로를 조금 벗어난 지점에서부터 루치아노 오토바이의 엔진이 심상치 않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우리는 시속 30km로 달려야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시내를 벗어나 망고보로 들어서던 지점에서는 뒷바퀴에 펑크가 났습니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배 아픔이 이미 사라져 있었습니다. 네 시간쯤 참으면 자연적으로 해결되나 봅니다.
제가 겪은 오늘이 만화 같이 보이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봐도 이건 유치하게 웃기는 만화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일을 겪고 삽니다. 재미있습니다. 재미나고 즐겁게 살고 싶으시다면, 키상가니로 오십시오. 여러분께 유쾌함을 확실하게 보장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