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미와 무시무시한 하룻밤을 보내다
작성자: 이 경헌 단원
KVO 비쇼프투 지부에 단원들이 머무는 숙소는 방이 하나였는데 현재 파견된 단원이 두 명이고, 두 단원의 생활패턴이 불행히도 아침형 인간, 저녁형 인간으로 다르기 때문에 지부의 큰 배려로 또 다른 방을 하나 만들어주셨다. 목공수 아저씨가 오셔서 뚝딱뚝딱 하시더니 이틀 만에 완성된 나의 방! 누가 아프리카 사람들이 일을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한다고 했는지... 수녀님의 진두지휘 하에 방이 뚝딱 만들어졌다.
설레고 두근대는 마음으로 새로운 방에서 첫날을 맞이하게 된 나. 혼자만의 공간에서 여유를 만끽하고 싶어서 매트리스에 누워 책을 집어 들고 몇 페이지를 읽고 있었다. 그런데 발밑으로 언뜻 보이는 검은 그림자에 벽에 저렇게 더러운 때가 있었나 하며 다가섰는데 그 검게 드리운 그림자는 때가 아니라 엄청난 개미‘떼’였다! 태어나서 내가 이렇게 많은 개미를 본 적이 있었던가. 어디서 나온 개미떼인지 비쇼프투에 있는 개미란 개미들은 다 모아놓은 것 같았다. 개미가 너무 많아서 처음에는 이 개미들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콘센트 두 구멍으로 개미떼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
“세상에나 만상에나, 이건 꿈일 거야”를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른다. 아니 이사 온 첫날부터 이게 무슨 불청객의 습격인지, 이 침입자들은 나갈 생각도 하지 않고 수백만 마리가 바쁜 행렬을 이어갔다. 침입자, 그런데 침입자가 도대체 누구일까? 달리 생각해보면 개미가 나의 방을 침입한 것이 아니라 내가 개미의 집터를 침입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곳에 온 지 겨우 한 달도 채 되지 않았고 개미는 못해도 3대는 가문을 이어 이곳에 터를 잡고 생활을 했다고 상상하니 내가 바로 죄인이었다. 누구를 탓하리요.
약을 뿌리고 개미가 취하는지 내가 취하는지도 모르고 전쟁터 같은 와중에도 잠깐 졸고 새벽 2시쯤 일어났을 때에는 까만 개미 무덤이 보였다. 그것은 정말 개미 무덤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이었다. 쓰레받기로 한가득 퍼내어 정원에 버리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개미에게 못할 짓인가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그 작은 개미가 쓰레받기에 한가득 담기려면 도대체 몇 마리의 개미가 죽은 건지. 새벽 4시쯤에는 다시 쓰레받기를 한가득 정원에 뿌릴 수 있을 정도로 개미 무덤이 또 쌓였다. 당시에는 너무 충격적이고 정신이 없어서 사진을 찍어 증거로 남길 생각을 못하였는데 다음 날 마음을 추스르고 정신을 차렸을 때 부랴부랴 정원에 뿌려진 개미를 찍을 수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이 사진이라도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