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눈에 콩깍지가 씌어 있는 연애 초기 같은 느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많은 것들이 새롭고 아름답습니다. 아마도 저의 기억력이나 눈썰미의 문제일 확률이 크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자주 지나던 길을 지나더라도 지금까지는 못 봤던 집들이 새삼 눈에 들어오는 현상들이 발생합니다. 늘 봐왔던 나무에 오늘따라 더 많은 꽃이 핀 것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길에서 자주 마주치던 그 녀석도 모르는 사이 보이지 않는 그런 날들이 하루하루 지나고 있는 중입니다.
① 맥주: 단원들이 무슨 맥주냐 하겠지만, 맥주 값 이외에 병 값을 더 받는다는 소리를 듣거나, 길에서 맥주 마시는 남자들은 즐비한테 여성들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보게 된다면 궁금해서라도 한 번 사보게 됩니다. 적어도 이 비쇼프투 지역에서는 그러합니다. 그러면서 저희 단원끼리도 잠시 오붓이 멋진 시간을 보냅니다. 장맛비 같은 시원한 단비가 함께여서 한층 더 좋습니다. 사실, 여기 에티오피아에서는 맥주 뿐 아니라 다른 음료도 병 값을 따로 더 받습니다. 그리고 여성들이 밖에서 맥주를 마시는 일은 잘 없다고 합니다. 여성들이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해 인식이 좋지는 않다고 합니다.
② 똥: 저희는 이곳의 현지어, 암하릭어 수업 등록을 위해 학원을 찾았습니다. 여기도 학원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어쨌거나 선생님과 약속 시간을 제대로 맞춰갈 수 없게 되었고 아카데미 문 앞에서 잠시 기다리다가... 그날따라 왜 그렇게 갈증이 났을까요. 두리번두리번 했더니 바로 옆에는 물이나 음료를 살만한 곳이 안보여, 바자지 매연을 해치고 도로를 건넜습니다. 그러다가 반갑게도 선생님을 바로 슈퍼마켓(구멍가게 수준) 쪽에서 만났습니다. 반겨 인사하며 다시 길을 건너오는데 그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저랑 같이 지내는 다른 한 단원은 사고가 발생하는 그 순간. 길 한가운데 자리 잡고 앉아 손 내미는 노파에 주목했고요, 선생님도 아마 딴 곳을 보고 계셨겠죠? 앗?! 발밑이 순간 질퍽하며 소리마저 질척했습니다. (......) (......) 어쨌거나, “I'm lucky." 이렇게 외쳤습니다. 엉거주춤 우스꽝스럽게 걸으며(체면 다 구겼습니다) 학원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제가 가지고 있던 한 장의 물티슈를 발견했고 단호히 빼어 들어 닦았습니다. 다음 순간, 암하릭어 선생님께서는 칠판지우개로 사용해 파란잉크가 잔뜩 묻어 볼품없는 스펀지를 한 조각 떼어 내더니 거리낌 없이 쓱싹 제 신발을 닦아주셨습니다.
③ 계란: 오랜만에 오픈마켓에 갔습니다. 양배추도 사고, 양파도 사고, 휴지도 사고 많이는 안 샀습니다. 그리고 계란을 샀습니다. 한 알에 2bir씩 5 알을 샀습니다. 지난번에는 3bir주고 샀는데 조금 더 잘 산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비닐에 계란을 담아 주시는데... 너무 귀엽습니다. 지푸라기를 반 움큼 먼저 비닐에 넣고서 계란 다섯 알을 동그랗게 올리고 비닐을 질끈 묶습니다. 왠지 포장된 계란이 너무 귀여웠습니다.
④ 현지인: 직역하자면 ‘너와 이야기하는 시간이 행복했다’고 해주는 현지인이 있었습니다. 저의 기쁨(it is my pleasure)이라고 답변했습니다.
⑤ 꼬맹이들: 참! 이곳 아이들이 붙임성이 좋습니다. 급식 때였습니다. 어느 꼬맹이였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 꼬맹이에게 기습 뽀뽀를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