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에티오피아 해외봉사단원 고운환 Project Manager
오늘은 잠시 지극히 개인적인, 그러나 아주 기묘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가 생활하는 비쇼프투(Bishoftu) KVO센터에는 풍성한 관목과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센터를 내 집 삼아 다니는 고양이들과 개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한 번은 센터건물 앞 화단에서 고양이 소리가 나길래 밖으로 나가보니 갓 1개월 정도 지나 보이는 아기 고양이가 울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지나도 계속 울고 있는 아기 고양이가 너무 불쌍해 우선은 집으로 데려와 먹을 것을 주고 안정을 시켰습니다.
그렇게 3일정도 지나 사무실 앞 화단 앞을 계속 맴도는 흰색 고양이를 발견하였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아기 고양이와 대면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제가 바로 앞에 있었음에도 흰 고양이는 아무런 주저 없이 아기 고양이에게 다가와 정성껏 털을 골라주고 젖을 먹여주었습니다. 그렇게 엄마를 찾은 아기 고양이는 어미 고양이 뒤를 따라 KVO센터를 천천히 떠났습니다.
아기 고양이가 떠난 후 짧은 시간 이였지만 왠지 모를 허전함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엄마를 찾은 아기 고양이의 행복을 생각하며 허전한 제 마음을 달래고, 혹시 어미 고양이가 나한테 보은을 하러 오지는 않을까 하는 재미난 상상도 해보았습니다.
그렇게 또 3일정도가 지나 이른 아침 어디선가 고양이 소리가 또 들려왔습니다. 처음엔 새소린 줄 알고 그냥 넘겨 버렸는데 “야옹”, “야옹”하는 게 틀림없는 고양이 소리였습니다. 그래서 얼른 문을 열고 나가 보니 이번에는 2~3개월 된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제 집 앞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도망가지도 않은 채 오히려 저를 졸졸 따라와 마치 제집에 온 것 만 냥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의자나 탁자 위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얼떨결에 저와 기묘한 묘(猫)연을 맺게 된 아기 고양이를 보며, 저는 그때 만났던 어미 고양이가 정말로 보은을 해서 또 다른 새끼 고양이를 선물해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래서 느닷없이 우리 집에 찾아온 고양이에게 저는 ‘선물이’이라는 이름을 지워졌습니다.
사진 설명:
1 KVO센터 전경
2 아기 고양이와 어미 고양이 상봉
3 털을 핥아주는 어미 고양이
4 KVO센터를 떠나는 아기 고양이와 어미 고양이
5 선물이
6 잠자는 선물이
7 선물이 보금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