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O 텃밭
DR콩고 고운환 PM
KVO 말라리아 센터 주변으로는 여러 텃밭들이 있습니다. 그 텃밭들은 바로 우리 현지 스텝들이 틈틈이 시간을 내 경작한 밭들인데요, 옥수수와 파인애플, 고구마 그리고 현지에서 주식처럼 애용되는 퐁두(퐁듀와는 관련없습니다~^^)라는 작물들까지 정성스럽게 심어져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 저는 평소와 같이 스텝들의 퇴근 확인 서명을 받기 위해 KVO 말라리아 센터에 갔고, 그곳에서 밭 경작을 도우는 한 스텝의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어렸을 적 시골에 있던 외가의 밭에서 마늘 뽑기 경험이 전부였던 저로써는 밭을 이루고, 그곳에 무엇인가를 심는 것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더욱이 엄마를 도와주기 위해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함께 작물을 심으며 잡초를 제거하는 아이들이 대견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스텝으로부터 센터주변 텃밭이 갖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텃밭을 가꿈으로써 스텝들은 수확한 작물을 서로 나눠 먹을 수 있어서 좋고, 텃밭으로 하여금 수풀이 센터 쪽으로 더 이상 침범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덥고 습한 날씨에 수풀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을 하여 퍼져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텃밭이 이를 막아준다고 하니 정말 좋은 생각 같았습니다.
텃밭을 둘러보고 본 후 돌아가려는데, 한 스텝이 저를 불렀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곳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고, 그곳에서 파인애플 하나가 심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스텝은 파인애플이 다 자라면 저에게 선물로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한사코 괜찮다는 말로 사양을 했지만, 내심 파이애플이 빨리 자라 먹어봤으면 하는 기대감에 부풀었습니다.
다시 사무실로 향하는 길, 저는 제가 좋아하는 탈무드의 한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한 개의 촛불로서 많은 촛불에 불을 붙여도 처음 촛불의 빛은 약해지지 않는다.”
텃밭의 경우 서로가 심은 작물을 나눔으로써 어느 누구하나 손해를 보지 않듯이, 지금 이곳 키상가니에서 행하는 KVO의 활동도 무언가를 줌으로써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치 있는 일이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