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손은 약손
DR콩고 고운환 P.M
KVO 말라리아 센터를 나와 사무실로 향하는 길,
등 뒤에는 갓난 아기를 업고 어린 딸과 함께 걸어가는 한 엄마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어린 딸은 말라리아 센터에서 받은 약을 한손에 쥐고 다른 손은 엄마의 손과 꼭 맞잡고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다정히 걸어가는 엄마와 어린 딸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문득 어렸을 적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여섯 살 무렵 저는 외가 집 부엌에서 장난을 치다 솥뚜껑에 부딪쳐 이마에 피가 났고,
저의 우는 소리에 급히 달려온 엄마의 품에 안겨 시골 보건소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치료를 받고 다시 외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에게 혼이 날까 무서워 엄마의 손을 더욱 꼭 잡았던 것이 기억납니다.
하지만 엄마는 혼내기는커녕 제게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셨고, 오히려 저에게 노래를 불러주셨습니다.
제 앞에서 두 손을 잡고 걸어가는 엄마와 어린 딸의 모습을 보니,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렸을 적, 제 이마의 아픔보다 엄마의 손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더욱 더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저 앞에 엄마와 손을 잡고 걸어가는 어린 딸도 비록 아파서 진료소를 찾았지만
돌아가는 길만큼은 엄마의 손이 주는 따뜻함에 아픔을 잊고,
엄마의 사랑을 느끼며 걸어가고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흔히 ‘엄마 손은 약손’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이는 엄마가 주는 온정이 그 어떠한 아픔도 잊게 해주는 평온함과 따뜻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그때 잡은 따뜻했던 엄마의 손을 다시금 떠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