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상가니의 두 얼굴
DR 콩고 김초롱 ODA 인턴
제가 한국을 떠나 콩고민주공화국 키상가니에 도착한지 벌써 4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키상가니의 날씨는 적도에 위치한 아프리카답게 항상 ‘매우 더움’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8월의 키상가니 날씨는 두 가지로 나뉠 수 있습니다.
오전에는 털옷을 입을 정도로 추운 겨울이었다가, 오후에는 땡볕을 동반한 한 여름이 되곤 합니다.
기온차가 심해 주변에 감기 걸린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창문도 제대로 갖춰있지 않은 집에 살고 있는 어린 아이들이 감기에 걸릴까봐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날씨 탓인지 KVO 말라리아 센터에 찾아오는 어린 환자들이 평소보다 많아졌습니다.
다행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다행히도 많은 아이들이 말라리아에 걸린 것이 아니라 단순한 감기에 걸려
KVO 말라리아 센터에서 치료받고 가곤 합니다.
기온차가 심한 날씨와 더불어 비라도 오는 날에는 날씨가 무섭게 돌변합니다.
▲비오기 직전, 키상가니의 하늘
키상가니에서는 비가 오기 전,
바람이 불고 먹구름을 동반한 천둥번개가 멀리서부터 서서히 다가옵니다.
며칠 전 제가 살고 있는 집 옆에 있는 나무가 벼락에 맞아 쓰러진 적이 있습니다.
잠결에 큰 소리가 나 깨었을 때 천둥번개가 심하게 쳤나보다 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다음 날 아침, 소리가 났던 쪽으로 가보니 나무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항상 맑았던 키상가니의 날씨가 비라도 오는 날에는 무서운 모습으로 바뀌어
키상가니가 두 가지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런 말이 있지요.
“좋은 날씨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오랜 악천후가 끝난 뒤이다. - Paul Tournier”
▲맑은 날의 키상가니 하늘의 모습
이러한 두 가지의 얼굴을 가진 덕분에 맑은 날의 키상가니 하늘이 더욱 아름답게 보여 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