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나”
DR콩고 김초롱 ODA 인턴
지난 금요일, 저는 평소 때처럼 직원들의 퇴근 기록을 받기 위해 KVO 말라리아 센터에 방문하였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어린 환자들을 봐왔지만, 그날따라 유독 제 눈에 띄었던 아기가 있었습니다.
저를 처음 봤음에도 불구하고 서슴없이 저에게 잘 안겼고, 보석 같이 빛나는 눈망울을 가진 아기였습니다.
그 아기의 이름은 바로 ‘안나’입니다.
안나는 생후 10개월 된 여자아이이며,
경미한 말라리아에 걸려 현재 KVO 말라리아 센터에서 치료받고 있는 중입니다.
안나가 제 품에 안겨 미소 짓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래서 사람들이 아기를 천사 같다고 하는 구나’ 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게 됩니다.
안나는 유독 제 머리카락을 좋아했습니다.
안나의 엄마가 저와 안나를 억지로 떼어내지 않는 이상 제 머리카락을 놓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덕분에 안나와 저는 많은 시간을 함께 있을 수 있었습니다.
KVO 말라리아 센터에는 안나보다 더 어린 환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과 위생관념 부족으로 인하여 어린 아이들이 말라리아에 쉽게 노출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저는 위생 관념이 부족한 현지인들의 모습을 보며
“왜 아기가 흙 만진 손을 입에 가져가는 데도 가만히 놔두는 거지?”
“땅에 떨어진 음식을 먹는데도 왜 아무 말도 안하는 걸까?”
“이 곳에 있는 동안 내가 이들을 변화시켜보겠어!”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저의 욕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들을 얼마만큼 더 잘 살 수 있도록 변화시킬 수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손을 마주잡고 한 걸음 같이 내딛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미소천사 안나’처럼 말라리아로 고통 받는 아이들이 줄어들도록
그들의 손을 놓지 않을 것이며, 그들과 함께 천천히 한 걸음씩 내 딛을 것입니다.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개개인이 모여 잠시뿐이 아닌 꾸준한 관심과 정성을 보인다면,
분명 말라리아로 고통 받는 아이들이 줄어들 것이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