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민주공화국의 아름다운 밤하늘
DR콩고 ODA 인턴 최명길
화려한 네온사인 속에 유흥이 넘쳐나는 곳,
최고급 성능의 휴대폰을 손쉽게 가질 수 있는 곳,
교육의 혜택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는 곳,
마실 물이 넘쳐나는 곳,
배고픔보다는 배부름에 익숙한 곳, 한국.
이런 한국은 콩고민주공화국보다 무조건 모든 부분에서 좋을까?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휴대폰은 있지만 급한 상황에서 통화 음질이 너무 안 좋거나 연결 자체가 되지 않을 때는 속상하기도 했고, 간단한 물품을 구매하려면 불편한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울퉁불퉁한 흙길을 먼지바람 다 맞으며 30분씩 시내로 나가야 했고, 언제나 벌레들과 함께 잠자리를 했고, 365일 끊기지 않는 더위에 숨이 턱턱 막히며 먼 거리를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무 편리했던 한국의 모든 시스템들이 20년 넘게 몸에 밴 상태라서 그 차이를 몸소 느끼며 불평불만이 넘쳐흘렀었다.
하지만 누군가 그랬다.
인간은 적응하며 살아가는 생명체라고.
나 또한 한국의 시스템이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 콩고민주공화국의 비효율적인, 그래서 불편한 그 시스템들이 어느새 내 삶의 일부로 융화 돼버렸다. 먼지바람을 얼굴에 다 뒤집어쓰는 것을 얼굴 마사지 받는다 생각하고 전화 통화 연결이 잘 안 되면 직접 그 사람을 찾아가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볼 수 있으며 언제나 잠자리를 함께하는 도마뱀들은 말라리아모기들을 잡아먹으며 나를 지켜주고 외출 시 항상 흘리는 땀은 내 몸의 불순물을 제거해준다고 나도 모르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한국의 모든 것이 콩고민주공화국의 모든 것보다 항상 좋다는 것은 아니다.
난 그 점을 현지에 온지 한참 후에야 보고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어느 화려한 네온사인보다 멋진, 그리고 아름다운 ‘밤하늘’이었다.
나름 한국에서 별들이 많이 떠 있는 최고의 아름다운 밤하늘을 봤다는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고할 수 있다.
이곳 콩고민주공화국 키상가니의 밤하늘은 한국의 별 많은 밤하늘보다 수백 수천 배의 아름다움을 지녔다고.
그 아름다움을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당신은 별이 많이 뜬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감동의 눈물이 눈가에 맺혀 본적 있는가?”...
감동적인 영화, 연극, 슬픈 사연이 깃든 삶 등 보통 사람은 사람에 의해서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새로운 것에서 감동을 잘 받는다. 하지만, 이곳의 아름다운 밤하늘은 아주 오래전부터 항상 똑같았고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사람의 힘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으며 변화시킬 수도 없는 존재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새로움이 아닌 본래부터 존재했던 모습에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그런 일이 더욱 흔치 않은 일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느끼는 감동은 단순히 별이 많은 밤하늘을 보고 느끼는 감동 이외에 그 무엇인가가 산재해 있다. 그리고 나는 셀 수도 없이 수많은 별들이 빛을 바라고 있는 모습에서 일찍 하늘나라로 간 순수한 어린 아이들의 활짝 웃고 있는 얼굴을 떠올린다. 그래서 이곳의 밤하늘을 바라보면 아름다우면서도 애달픈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더 이상 밤하늘의 별이 늘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도 난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가슴속에 담는다.
- 오늘도 별을 세며 아이들과 마주하는 감동 받은 남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