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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고트마타르, 메마른 언덕_케냐에서의 2년을 마치며

[KVO 생생 현장]
고트마타르, 메마른 언덕_케냐에서의 2년을 마치며

고트마타르. 메마른 언덕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제가 KVO를 통해 2년 동안 활동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여느 시골 마을과 마찬가지로 수도시설이 되어있지 않아 근처 강, 빅토리아 호수에서 현지직원들이 번갈아 가며 물을 떠오고 우리들은 덕분에 편하게 화장실에서나 주방에서 물을 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나이로비에서처럼(수도시설이 완비되어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오는) 물을 펑펑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씻고 난 물로 변기 물을 내리고 설거지하고 난 물로 화분에 물을 줍니다. 그렇게 아끼다보면 두 세수대아로 세수하고 샤워까지 마칠 수 있는 노하우까지 생깁니다. 케냐를 떠나기 전, 마지막 현장 방문 시 문득 함께 물을 뜨러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지직원인 노아씨에게 항상 물을 떠 오는 곳을 같이 가보고 싶다고 하니 다음날 노아씨는 깔끔한 옷에 모자도 쓰고, 가방도 멘, 소풍을 가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마도 저에게 빅토리아 호수를 구경시켜주고 싶었나 봅니다. 여행길을 떠나는 소년과 같아서 샌드위치나 음료수를 준비할 걸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하바리 자 아수부히’ 스와힐리어로 아침인사입니다. 아침 일찍 출발하여 한 시간 가량 걷다 보니 이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학교 가는 아이들, 빨래하고 오는 아주머니, 작은 통 들고 물 길러 가는 꼬마들, 자전거로 물 실어 나르는 아저씨들, 시장에 염소 팔러 가는 아저씨, 시장에 멸치, 야채 팔러 가는 아주머니, 교회 가는 아이들.. 모두들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제가 스와힐러어로 인사를 하면 자못 당황하는 분들도 계시기도 합니다. 다행히 요즘 빅토리아 호수 쪽으로 걷는 길이 차가 지나다닐 수 있는 도로로 만들어지고 있어 자전거로 다니기에는 한결 편해졌습니다. 물론 직원들도 물을 길러 가는 길이 한결 편해지긴 했습니다.

호수에 도착해서 사람 구경을 하고 있으니 지나가는 배 한척이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새벽부터 아저씨가 잡으신 생선을 팔고 싶으셨나봅니다. 총 13마리. 가격 협상을 해보니 전부 200실링(한화 2,500원 상당)에 살 수 있었습니다. 노아씨에게 같이 여행 온 기념으로 생선을 선물해 주었더니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너무 더워서 근처 로컬 마켓을 들러 음료수를 하나씩 사서 마시고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오는 길에 생선도 놓고 갈 겸해서 노아씨네 들르니 작은집과 부인,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물 한잔 얻어먹고 떠나려고 했는데 기어코 집에 저장해 놓은 망고를 쥐어주십니다. 그렇게 집에 도착하니 11시. 오고가며 거의 3시간이 걸렸습니다. 중간에 생선을 사고, 가게에 들려 음료수를 먹었으니 아마 자전거로 물만 떠왔어도 2시간은 넘게 걸렸을 것입니다. 그 길을 노아씨는 매일 물을 길러와 저희가 살고 있는 센터에 저장해 둡니다.
 
 
두 직원이 이런 길을 매일 다니며 물을 떠와 물탱크를 채워놓아도 사람들 여럿이 사용하면 이를 감당하기가 벅찰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면 근처 시장이나 수도시설이 되어있는 곳에서 물을 사오기도 합니다.
외국인 누군가한테 빅토리아 호수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호수로 관광지로서 잠깐 들리는 곳입니다. 저 역시 하루 몇 시간 여행길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곳, 이 사람들에게는 삶의 터전이기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도합니다. 호수 뿐만 아니라 길가 웅덩이에 물이 차있으면 누군가는 그곳에서 빨래도 하고, 동물들이 잠시 들리기도 하고, 아이들이 물을 길러 가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운이 좋으면 마을에 수도시설이 있기도 하고, 근처에 강과 호수가 있으면 그나마 운이 좋은 편입니다. 그리고 하루에 몇 시간씩을 걸어도 물을 찾기 힘든 곳이 있기도 합니다.
아프리카에서 생활하며 가장 크게 느낀 것 중 하나가 물과 전기의 소중함입니다. 그나마 전기는 낮에는 밝아서 괜찮고, 컴퓨터등 전자제품을 쓸 수 없다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생존하는데 꼭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 아닌 불편함 정도로 남지만 물은 그렇지 않습니다. 먹고 씻는데 항상 필요한 물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도 풍족한 것 같지만 물 부족 국가 중 하나입니다.
현장에서의 직접 활동하는 것도, 한국에서 아프리카 아이들을 후원하는 것들도 모두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상생활 속에서의 작은 실천 또한 값진 모습이 아닐 까 생각해 봅니다.
 
봉사단원 라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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