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의 여행
콩고 민주 공화국 ODA 인턴 신희철
한국의 1960~7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보면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마을 안에 얼마 없는 텔레비전이 마당에 나와 동네 사람들에게 공개된 날, 동네 아이들은 모두 모여서 김일 선수의 레슬링을 보면서 열광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뒤에서 담소를 나누면서 정을 나누는 장면들입니다.
그렇게 한국의 과거 풍경들을 2013년의 콩고 민주 공화국의 키상가니에서도 목격할 수 있습니다. 텔레비전은 콩고 민주 공화국의 일반 가정에서 구입하기 힘든 매우 고가의 가전제품입니다. 그렇기에 오래되어 화면도 작고 화질이 선명하지 않아도 텔레비전이 집 밖에 나와 이웃들에게 공개되는 날이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이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잔치 분위기가 납니다. KVO 진료소의 행정 직원인 벤자민씨는 자신의 아이들이 집안에서 공부를 하거나 집안일을 하지 않고 텔레비전이 있는 집에 놀러가는 것에 대해 한탄을 하면서 자신도 텔레비전을 사야겠다고 공언할 만큼 텔레비전은 인기 상품입니다. 특히 최근 1월 19일부터 시작된 아프리카 최대의 축구 대회인 내이션스컵이 시작하면서 많은 콩고 민주 공화국 사람들이 축구에 열광했습니다. 아쉽게도 조별 예선에서 떨어지고 8강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축구 강국인 가나를 상대로 2:2로 무승부를 거두는 등 저력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축구나 권투 경기 같은 스포츠 중계가 큰 인기를 끌지만, 콩고 민주 공화국의 아이들이 정말로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바로 중국 액션 영화입니다. 과거 한국에서 명절만 되면 성룡의 액션 영화를 가족들이 다함께 시청하였을 만큼 인기를 끌었던 중국 액션 영화들이 콩고 민주 공화국의 아이들에게도 많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아이들에 비하면 놀이 시설도 오락거리도 부족한 콩고 민주 공화국의 아이들이지만,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면서 정신없이 뛰어 놀고 많은 형제자매들과 이웃의 친구들과 함께 뛰어 노는 모습과 풍경들이 언젠가는 그 아이들에게 그리운 추억이 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