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울타리를 허물자
콩고 민주 공화국 ODA 인턴 신희철
최근 한국에서 새롭게 나온 책이 있습니다. 책의 이름은 ‘내 이름은 욤비’라는 책으로 정치적인 이유로 자신이 태어나고 살아온 나라 콩고 민주 공화국을 떠나 한국에서 난민의 지위를 얻기까지의 과정을 묘사한 욤비 토나(47)씨의 책입니다. 아직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책과 관련된 욤비 토나씨의 인터뷰들을 보면서 한국 사회에서 이방인이 겪은 어려움과 문제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동시대인(同時代人)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의 범위는 너무 협소한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동시대인이란 의미 그대로 오늘날 세계를 같이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사회학적으로 혹은 정치적으로 동시대인은 같은 문화와 역사, 이념과 체제 등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만약에 미국의 한국 교민 사회에서 생긴 사건과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어느 문제가 더 절실하게 다가올까요? 이렇게 동시대인의 인식 범위에 따라 사람마다 혹은 단체마다 가지고 있는 울타리의 높이와 둘레는 제각각일 것입니다.
지금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울타리는 매우 높고 까다롭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도 한국 사회의 세계화 교육은 사회·정치·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년 시절 학교에서 ‘지구는 만원이다’라는 주제로 표어와 포스터를 만들면서 미래를 위해 인구 계획이 필요하다고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교육을 통해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그리고 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의 급속한 인구증가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돈을 주면서도 출산을 장려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언제부터인가 ‘사람=자본’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저의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콩고 민주 공화국 지금 제가 거주하고 있는 키상가니의 거리에는 참으로 많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진료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이나 업무상으로 만나게 되는 모든 콩고인들의 가정에는 대부분 적어도 4명 많게는 6~7명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능력도 없이 많이 낳기만 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생각을 당연하게 했지만, 그렇다면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난한 한국도 "아이를 낳을 자격이 없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들에게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국가들이 도움을 주는 것은 ODA 원조의 핵심적인 역할일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경제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변화시키는 것이 진정한 원조가 될 수 있을까요? 제 자신이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리기엔 아직도 생각도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하지만, 단순히 무료로 사람들을 치료해주었다는 뿌듯함과 자부심만을 느끼고 돌아가지 않기 위해 그리고 갈수록 외국인에 대한 혐오증이 높아지는 우리 사회가 바뀌기를 바라면서 이 질문을 항상 제 가슴속에 담아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