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본부인 나이로비 사무실에서 현장 키수무까지, 그리고 더 시골 본도까지..
아침 7시 전에 출발하여 오후 5시면 Got Matar로 들어가는 비포장길을 맞이합니다.
그 비포장 길과 함께 시골냄새를 맡으면 시골집에 도착한 듯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하루가 꼬박 걸리는 이 여정이 때로는 멀미로, 버스 안의 소음으로, 급하게 화장실 갈 일이 생길 수도 있어
고생스럽기도 하지만 이동 중에 많은 것을 보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 힘들다고만은 말할 수 없는 시간입니다.
항상 이용하는 Easy Coach는 나이로비에서 우간다 캄팔라까지 운행을 합니다.
체계적인 운영, 예약시스템에 깔끔한 대합실까지 갖추고 있는데다가 정규속도를 지켜 정확한 시간에 도착합니다.
작년에는 좀더 빠른 길인 나쿠루 쪽으로 많이 지나다녔으나 요즘 나록 쪽이 길이 좋아져 그쪽으로 가다보니
마사이마라 여행객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는 The great rift valley view point를 지나갑니다.
고도가 한라산보다 높은 2,140미터나 되고 이곳 Rift valley는
라이온 킹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버스로는 그냥 지나치게 되는 곳이며 여행사 차를 렌트하여 움직일 경우 잠깐 멈춰서 경치도 구경하고
손님들이 경치를 구경하는 동안 기사 아저씨들은 아침 식사로 밀크티와 짜파티를 드시기도 합니다.
이렇게 관광객들이 멈춰서 사진을 찍는 곳이면 기념품 가게 상인들이 수공예품을 가져다 놓고 호객행위를 하기도 합니다.
차를 타고 가면 케냐의 농작물들을 많이 볼 수가 있습니다.
케냐의 동쪽에서 서북쪽으로 한참을 가로질러 가는 여정이다 보니 같은 농작물이더라도 수확하는 철이 다른 것을 보면
케냐가 크긴 큰 것 같습니다.
어느 때는 벌판이 휑하다가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옥수수가 잔뜩 심어져 있기도 하고, 밀과 벼가 누렇게 익고 있습니다.
한창 수확 중인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입니다.
수확 철에는 길거리 곳곳에 농작물을 말리고, 푸대에 담아 팔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한해 고생하고 가을 걷이 후의 풍성한 우리네 시골 모습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많은 풍경 중 단연 장관인 것은 케리초 지역의 가도가도 끝이 없이 펼쳐져 있는 차 밭입니다.
처음 한국의 보성 녹차 밭을 여행했을 때 그 푸른 차 밭이 널찍하게 펼쳐져 있는 것을 보고 놀랐는데 케냐의 차 밭은
그보다 더 광활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그만큼 수요도 많고 유럽으로 수출량이 많다는 것이겠지요.
이곳을 지나칠 때면 풍경 좋은 어느 한적한 곳에 들러 경치 구경하며 밀크티 한잔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또한 많은 소, 양떼 들을 볼 수 있는데 때론 이 무리들의 이동으로 차들이 멈춰 기다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재미있는 것 중 하나 더, 사람구경입니다.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잔디밭에 벌러덩 누워 낮잠을 자는 사람들,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들,
아무것도 없는 휑한 벌판을 무작정 걷고 있는 사람들, 도로 공사중인 사람들,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들,
외국인이 차에 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신기한 듯 반갑게 손을 흔드는 어린 아이들...
그 많은 사람들을 지나치면서 항상 궁금한 것이 그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나한테도 지금 이순간이 소중하고 의미 있는 하루이듯 다른 사람들도 소중한 하루를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누군가를 붙잡고 이야기를 듣고 싶어집니다.
우리에겐 누구나 다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이야기이건 안 좋은 이야기이건 그 이야기들을 추억하고
앞으로의 이야기들을 어떻게 이어나갈지를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소중하듯이 이곳에서 그저 스쳐 지나치는 한 명의 사람에게도 그러한 소중한 이야기가 있고
그 안에 가치 있는 삶이 있다는 것을 존중해주는 것이
자원 활동이나 국제개발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이 여정이 힘들다고 느끼지 않는 것은, Got Matar에는 그러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