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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떼쟁이 아저씨 Jose - 콩고 현지 생생 칼럼 7

떼쟁이 아저씨 _ JOSE
 콩고민주공화국 ODA인턴 최명길
 
DR 콩고, 현지에는 많은 직원들이 있습니다.
지부장 겸 진료소 의사인 ABISA씨, 사무실에서 저희와 항상 함께 하며 행정 업무를 하는 BENJAMIN씨, 그리고 진료소에서 ABISA씨와 함께 열심히 환자들의 완쾌를 위해 노력 중인 여러 직원들..
항상 KVO 활동에 보탬이 되고자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그들은 DR 콩고 활동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현지 직원들이 없다면 KVO의 활동은 시작조차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가끔은 서툰 업무 수행을 보이기도 하지만 현지 문화 특성을 감안했을 땐 그것이 당연한 경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실수만 하지는 않습니다. 환자가 평상시보다 많이 오는 날에는 현지 직원들이 퇴근을 뒤로 미루고 자체적인 연장 근무를 실시하기도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뿌듯한 마음이 앞서기도 합니다.
 

 


이런 직원들은 다양한 각자의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저와 가장 친하게 지내며 ‘Mon ami(나의 친구_매우 친한 사이일 경우 쓰는 단어)’라 지칭할 수 있는 임상병리사 JOSE씨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참고로 ‘Mon ami’는 ‘모나미’로 읽힙니다. 우리나라에서 무지 많이 쓰이는, 응가 잘 싸는 볼펜 아시죠? 고 녀석이랑 같은 의미랍니다
 
임상병리사 JOSE씨는 진료소 내에서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진료 및 치료를 하고 있는 저희 활동 내에서 환자들의 말라리아 감염 여부를 검사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진료소 방문 환자들은 ABISA씨의 진료를 받고 말라리아 감염이 의심되면 JOSE씨에게 가서 채혈을 통한 검사를 받습니다.
그 검사를 통해 진단이 확실해 지는 것이죠.
만약 JOSE씨의 자리가 빈다면 저희 진료소의 의미는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런 중요한 일을 맡아 매일 많은 검사를 하는 JOSE씨는 진료소의 유일한 임상병리사이기 때문에 항상 ‘Beaucoup~ Beaucoup~ travail(매우 많은 일_JOSE씨가 항상 나에게 하는 말)’를 합니다.
그래서인지 JOSE씨는 저에게 항상 투정을 부립니다.
(참고사항... JOSE씨는 40대 아저씨, 저는 돌도 씹어 먹는 20대 젊은이..)
‘Beaucoup travail~’, ‘Beaucoup fatiguer~(매우 피곤하다)’, ‘J’ai faim.(배고프다)’ 등 여러 종류의 말들로 하루가 다르게 구사를 하며 되도록 질리지 않도록 투정을 부립니다.
물론 질리도록 했다면 저와는 ‘모나미’가 되지 못했겠죠?
질리기 전까지 투정을 부릴 줄 아는 JOSE씨는 투정의 달인이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하여 JOSE씨가 투정만 부리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 외의 여러 면들을 본 사람들에겐 그런 투정이 단순한 애교로 보일수도 있습니다.

 


 
그는 진료소에 항상 일찍 출근을 합니다.
DR 콩고에서는 거의 모든 직장의 업무시간이 08:00부터 16:00까지인데, 그는 항상 20~30분 정도 일찍 출근하여 업무 준비를 하고 출근하는 다른 직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이런 사실은 출근부 작성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알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토요일 같은 경우 많은 환자들을 위해 연장 근무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연장 근무를 한다고 해서 추가 수당을 바라는 투정은 하지 않습니다.
또한, 다른 직원들은 모두 적용받은 휴가를 그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진료소에는 임상병리 업무를 JOSE씨만이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하루라도 자리를 비울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고 당연한 듯이 받아들입니다.
(물론 사용하지 못한 휴가에 대해서는 보상이 따르지만 현지 직원들은 휴가를 받아 쉬는 것을 훨씬 좋아합니다.)
 
제가 진료소에서 상주를 하는 동안에는 적은 환자수로 인해 여유로운 업무를 보는 JOSE씨와 담소를 자주 나눕니다.
담소를 나눌 때는 항상 저의 서툰 불어와 영어 때문에 한마디 한마디를 매우 소중히 여기며 대화를 합니다.
(조만간 한마디를 쏜살같이 내뱉는 날이 오겠죠?^^;;)
그래도 서로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며 의사소통을 합니다.
온갖 아는 영단어와 불단어(불어단어)를 서로 섞고 거기에 다양한 얼굴 근육들의 조합을 더한 후 열 개의 손가락으로 지휘를 하면서 초롱초롱 거리는 눈빛을 서로 교환하면 통하지 못할 말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럴 땐 사지가 멀쩡한 것과 고등교육을 시켜주신 것에 대해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 절로 납니다.
특히 나름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바통터치 해주신 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이상과 같은 조건과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하던 어느 하루는 제가 농담으로 JOSE씨에게 월급을 받으면 시내에서 맛있는 밥을 사달라고 하였습니다.
월급날이 며칠 안남은 상황에서 던진 진담 반 농담 반의 언질이었습니다.
그러자 JOSE씨는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오께(좋아)”를 외치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런 후 “aujourd’hui?(오늘)”라고 하였습니다. 그 말은 오늘 당장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항상 욕심부리며 투정만 부리던 아저씨가 그런 반응을 보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저는 조금 당황했지만, 그 당황은 JOSE씨의 ‘人精(인정)’으로 인해 금세 사라졌습니다.
‘人精’을 듬뿍 느낀 저는 마음을 순식간에 추스르고 JOSE씨에게 오늘은 이런 저런 일들로 바쁘니 다음에 꼭 가자고 말하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사소한 상황인지라 별로 감흥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누구나 외국인을 보고 ‘배가 고프니 먹을 것을 좀 주라’,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해놓고선 ‘내가 ~해줬으니 돈을 달라’는 식의 태도가 대부분입니다.
특히나 저희는 ‘원조’라는 큰 명목아래에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현지인들의 요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저에게 밥을 사겠다는 것은 엄청난 호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지인들 수입에 비해 시내의 물가는 턱없이 비싼 편임)
제가 먼저 제안은 했지만 JOSE씨의 그런 마음은 저에게 충분히 감동으로 전달되었고, 저로 하여금 최대한 많은 이들이 조금이나마 그 감동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모나미’ JOSE씨는 항상 다양하게(?) 투정을 부리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누군가에게 베풀 줄 아는 KVO의 블랙 진주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처럼 보석을 발견한다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나 즐겁고 기쁜 일입니다.
보석을 개발하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그전에 앞서 꼭꼭 숨겨져 있는 보석을 발견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일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우선 시 되어야 하진 않을까 하는 소신이 생기는 하루였습니다.
 
 
_ 건축현장의 ‘즐베르’ 경비원 아저씨에 이어 저에게 또 다른 감동과 깨달음을 준 임상병리사 JOSE 아저씨와 이 글을 읽고 느낄 줄 아는 당신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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