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활동에 막연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나는 우연히 KVO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장 징글러의 책을 읽고 세계의 기아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나는 미약하게나마 배고픈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고, 이 봉사가 그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곧바로 지원서를 제출했다.
오리엔테이션이 있던 날, 나는 KVO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게 되었다.
비종교인으로서 봉사단체나 기부단체를 고르는 것이 쉽지 않았던 나에게 꼭 맞는 단체였고,
더군다나 한국자생의 NGO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올림픽 공원에 도착해 곧바로 부스로 향하였다.
기본적인 손님맞이 준비를 끝낸 후 나와 봉사자들은 500인의 식탁에 그림 붙이기, 메시지 전달, 동전 붙이기 등의
프로그램들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정말 많은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다녀가셨고,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선뜻 지갑을 여는 모습에 더욱 신이나 일할 수 있었다. 금전적인 도움을 떠나서라도 자라나는 아이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는 배고픈 친구들이 있고, 그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한번 쯤 해보는 것 또한 유의미한 일이라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음식 색칠하기의 취지를 열심히 설명했다.
이튿날 아침, 행사 시작 20분 전까지 모이기로 한 조원들이 모두다 일찍 나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집이 먼 봉사자, 전날 종일 일했던 봉사자도 있어 걱정했던 것과 달리 놀라운 결과였다.
나눔의 기쁨이 원동력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돌이켜보니, 봉사를 하는 동안 내가 타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에
오히려 나도 치유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주말에 도서관에 앉아있는 대신에 따뜻한 햇볕아래서 일할 수 있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평소보다 많이 웃고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다.
나누는 기쁨을 많은 분들이 알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행사장에서 있었던 홍보 과열이 마음에 걸린다.
물론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여 관심을 끌고 나서 우리가 하는 일에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보편적인 접근법이지만,
수많은 단체가 모인 바자회에서 여러 부스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이런 방법을 쓰는 모습들이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가뜩이나 우리나라에 기부문화가 온전히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우려되는 부분이다. 비단 나눔 대축제 뿐 아니라 앞으로 있을 행사들에도 봉사단체들 사이에서 ‘대중의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진정성을 잃지 않는 범위에서의 홍보’에 대한 합의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