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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콩고민주공화국 인턴 신희철님이 보내온 생생 칼럼

 
 
콩고민주공화국 키상가니의 역사  
 
인턴 신희철
 
삼국사기를 만 번 읽는 것보다 고구려 땅 한번 밟아보는 것이 났다라고 말했던 단재 신채호의 말처럼 콩고 민주 공화국의 역사와 문화를 느끼기 위해서는 콩고 강을 직접 눈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엄하고 웅장한 강이 눈앞에서 유유히 흐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콩고현지에서 생활하며 생기는 모든 어려움들을 한 번에 상쇄시켜주고도 남는 감동을 준다.
모든 것을 포용할 것 같은 넓은 강폭에 작은 조각처럼 떠 있는 배와 강 가운데 소용돌이치는 물굽이들, 강변에 부딪히는 파도
정과 동이 어울려져 있는 콩고 강의 모습이다. 길이가 4,700km로 아프리카에서 나일 강 다음으로 길고, 수량은 아마존 강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콩고. 이렇게 풍부한 수량은 남반구와 북반구에 걸쳐 있는 지형적 영향이 크다.
건기와 우기가 적도를 중심으로 반대로 일어나기 때문에 어느 한 계절의 영향이 없이 일정한 수량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정한 수량은 콩고 분지의 수운 교통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 콩고 강은 장소마다 시대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벨기에의 식민 지배 시절을 청산하고 싶던 독재자 모부투 세세 소코Mobutu sese soko는 콩고강의 이름을 자신이 바꾼 국가명 즉, 자이르 강이라고 했다. 자이르 강의 뜻은 모든 물을 삼키는 강이라는 의미로 이름처럼 다양한 강들이 콩고 강에 모여 대서양으로 흐르게 된다. 잠비아의 고원 지대에서 발원되어 콩고 분지를 지나는 동안 우방기 강, 카사이 강, 초포 강, 린디 강들과 합쳐지게 된다.
이 중 우강기 강 하나만 하더라도 유럽최대의 강인 볼가강의 수량과 비슷할 정도이다.
이 강들이 대서양으로 유입될 때에는 초당 75,000톤으로 불어나게 되어 대서양을 항해하는 선박들이 황토 빛 물 색깔을 수십 km 밖 대양에서도 식별이 가능했다고 한다.
 
이런 콩고강 상류에 자리 잡고 있는 도시가 바로 키상가니(Kisangani) 시이다.
벨기에 식민 지배 시절 이 강을 따라 킨샤샤까지 탐험을 했던 헨리 모던 스탠리의 이름을 따서 스탠리빌이라고 불렸다.
이 키상가니시에서는 3가지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다. 바로 콩고 민주 공화국의 공용어인 프랑스어와 지역 토착어인 링갈라어, 스와힐리어이다. 대부분의 콩고 지역들이 공용어인 프랑스어와 지역 언어가 사용되는 것에 비해 키상가니는 콩고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링갈라어와 스와힐리어를 같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키상가니가 콩고의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콩고강을 통해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링갈라어로 물 위의 도시라는 뜻처럼 키상가니시를 중심으로 남쪽에는 콩고 강이 북쪽에서 린디 강, 동쪽에서 초포 강이 흐르고 있어 시내의 3면이 강에 접해 있는 도시이다.
이렇게 많은 강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키상가니는 프로빈스 오리엔탈(Province Oriental)의 중심 도시가 되었다.
하지만, 항공과 철도 교통의 발전과, 다이아몬드나 콜탄같은 지하 광물 주변 도시들이 발전하면서 키상가니는 과거와 같은 위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내전으로 인한 인구의 감소와 수운 교통의 쇠퇴가 도시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서쪽에 치우쳐진 수도 킨샤샤의 행정 집중을 피하기 위해서 동부지역의 중심도시로서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키상가니 항에서 바라본 콩고강. 선착장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KVO의 진료소가 위치한 곳은 키상가니 시 중에서도 망고보 코뮌(Mangobo commune) 지역이다.
망고보는 이름처럼 많은 망고가 자라는 땅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망고나무가 아닌 망고보라는 식물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망고보 코뮌 내의 마을 안에는 망고 나무들이 가로수처럼 거리마다 마을 곳곳에 자라고 있다.
콩고 민주국의 독립 영웅 루뭄바의 출생지인 망보고 지역은 벨기에 식민 지배 시절부터 콩고 민주 공화국의 독립을 위해 노력해온 지역이다. 망고보 주민의 80%는 토포케(Topoke) 부족 출신으로 그들은 매우 용감하고 호전적인 부족이다.
루뭄바의 부족인 테텔라(Tetela)부족과 밀접한 연관이 있느 토포케 부족 사람들은 루뭄바의 독립을 열렬히 지지하였다.
이런 노력으로 인해 망고보 지역은 벨기에 식민 지배 시절 많은 박해와 탄압을 받았으며, 콩고 내전 당시에도 키상가니내 전장의 주무대가 되면서 많은 피해를 입게 되었다.
 
이런 망고보 지역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NGOKVO가 유일하다.
 
<망고보 지역 내 아이들의 모습>
 
그래서 망고보 지역 내에서 혼자 산책을 하고 있으면 다른 지역에서는 현지 주민들이 동양인을 보고 주로 부르는 시느와즈(Chinoise)가 아닌 까베오(KVO)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오랜 투쟁과 국가의 국부 같은 영웅의 고향임에도 불구하고, 수도 시설, 전기 시설망의 부족이 다른 키상가니 지역보다 심각하다.
그래서 키상가니내의 다른 NGO들이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망고보 지역의 유일한 NGO, 게다가 잘 알지도 모르는 아시아의 먼 나라 한국의 자원 봉사자가 신기해서 일까?
지역 주민들과 아이들이 보내주는 관심과 호의는 낯선 곳에서 힘들어하던 나에게 큰 위로와 책임감을 가지게 해주었다. 
나의 행동 하나하나가 한국을 대표하는 모습이 될 수 있기에 항상 밝게 웃는 모습과 누구나에게 인사를 하는 예의바른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욕심을 가지고 있다.
콩고에서 지낸지 4개월이 되어가는 지금 진료소 인근 주민들이 나의 이름을 외워서 불러주고 내가 그들의 말을 하나씩 배워 어설프게 발음하면 재밌어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오늘 하루도 다시 나의 위치와 역할을 되새겨 보고 마음을 다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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