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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내정자 특별인터뷰

올해 아프리카 여러 나라를 방문하면서 아프리카 지역이 겪고 있는 빈곤과 분쟁의 악순환에 대해 절실히 느꼈다. 특히 아프리카 문제는 유엔이 다루는 이슈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아프리카 빈곤과 분쟁 그리고 AIDS 문제와 아프리카 개발 문제 등에 높은 우선순위를 둘 생각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내정자 특별인터뷰 | 자유로운글 2006.11.0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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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내정자
지난 10월 13일(현지시각) 192개국이 회원으로 구성된 유엔은 미국 뉴욕 소재 유엔본부에서 각 나라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향후 유엔의 ‘10년’을 이끌 한 사람을 결정했다. ‘세계의 CEO’ ‘지구촌 재상(宰相)’이라고 불리는 차기 유엔 사무총장에 한국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을 선택한 것이다.

이번 사무총장 선출은 과거와 달리 공개경쟁으로 이뤄졌다. 후보들이 회원국을 상대로 치열한 득표 활동을 벌이며 찬성표를 확보해가는 과정을 밟은 것이다. 반 장관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그로 인해 쌓은 신뢰가 힘이 됐다고 밝혔다.

코리아플러스는 10월 20일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반 장관을 만나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의 의미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물어봤다. 반 장관은 11월 초 서울에서 열리는 아프리카 협력 포럼까지 장관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후 뉴욕행을 앞두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일본을 방문하는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먼저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소신과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우선 사무총장으로서 유엔이 추구하는 가치 구현에 기여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한다. 특히 평화와 안전, 개발, 인권과 민주주의 등 유엔의 3대 핵심가치를 증진시키는데 있어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기여하고자 한다. 그러한 막중한 책무를 수행함에 있어 우선 유엔 회원국들 간 신뢰를 증진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엔의 임무는 결국 회원국들 간 합의를 통해 도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목표도 회원국들 간 신뢰를 통한 합의와 이를 끝까지 실천해 나가는데 필요한 정치적 의지가 유지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동안 캠페인 과정에서 하모나이저(harmonizer)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도 그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 유엔을 보면 회원국 간 이견이 오해와 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무총장이 열린 마음과 귀를 가지고 회원국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이견을 조율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유엔 개혁에 대해 요구의 목소리가 높다. 어떠한 구상을 가지고 있나. 앞으로 유엔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해달라.

현재의 유엔은 신뢰의 위기에 처해 있다. 유엔 개혁에 대해서도 사무총장의 역할에 대해서도 나라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입장이 다르다. 결국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엔 회원국, 유엔사무국 그리고 유엔시스템 전반에 걸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유엔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세 가지 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먼저 행정부 최고책임자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유엔사무국의 관료주의를 최소화함으로써 국제공무원들의 전문성과 도덕성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필요한 제도적·문화적 개혁조치들을 취해 나갈 것이다.

둘째는 현재의 유엔은 재원에 비해 너무 방만하게 많은 아젠다를 다루고 있다는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다. 유엔이 수행하는 기능 중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분야를 찾아내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구와 프로그램들의 업무수행의 효율성과 일관성이 제고되도록 노력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현재 유엔 내 회원국 간 분열과 대립을 해소하는 것이다. 개혁에 대해서도 입장이 다르듯 현재 분열과 대립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유엔이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회원국 간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정치적 의지를 한데 모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원국 간 갈등, 그리고 사무국 내 보이지 않는 갈등구도까지 조율할 수 있는 하모나이저로서의 역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일부에선 장관님의 경력을 들어 지나치게 친미적 혹은 강대국 편향적이라는 비판이 있다.

내가 오랫동안 미국 관련 업무를 담당한데서 그러한 오해가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나는 실용주의자다. 오히려 미국을 잘 이해하는 것은 세계 초강대국으로서 유엔에 매우 중요한 미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데 있어 좋은 자산이 될 것이다. 만약 내가 지나치게 어느 특정국의 입장에만 치우쳤다면 중립성이 요구되는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직책에 선출되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안전보장이사회 5대 상임이사국(P-5)들이 모두 나를 지지해준 것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범세계적인 이슈들을 다룰 것이라는 신뢰의 표현이기도 하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중동 문제나 한반도 문제를 다룰 때, 미국과 대립적 위치에 서게 될 경우 이를 어떻게 다루어 나갈 생각인가.

다시 말하지만 미국과 유엔은 서로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미국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 없이는 유엔이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가기가 어렵다는 것이 국제적 현실이다. 아울러 미국도 혼자 힘만으로는 범세계적 이슈들을 효율적으로 다루어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도 유엔이 국제문제를 효율적으로 다루어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이 유엔을 보다 효율적이고 책임감 있는 기구로 개혁해 나가기를 희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무총장은 지역분쟁 문제를 다루어 나가는데 있어 관련 당사국들의 입장을 깊이 있게 파악해 공정한 중재인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나는 차기 사무총장으로서 주요 이해당사국들과 미국을 포함한 안보리 이사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문제해결을 위한 공통분모를 찾아내고, 또한 합의를 도출해내는데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지난 10월 12일 반기문 차기 유엔 사무총장 내정자가 코피 아난 현 유엔 사무총장의 사무실을 방문해 악수를 하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한국에 기여할 수 있는 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유엔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이후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우선 한국인 사무총장(Korean SG)이지 한국의 사무총장(Korea’s SG)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다만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국제평화와 안정을 담당하는 유엔의 수장으로서 지역분쟁 해결이라는 책무를 수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락연설에서 ‘가난한 나라의 인권 문제 해결’을 강조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계획인가.

올해 아프리카 여러 나라를 방문하면서 아프리카 지역이 겪고 있는 빈곤과 분쟁의 악순환에 대해 절실히 느꼈다. 특히 아프리카 문제는 유엔이 다루는 이슈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아프리카 빈곤과 분쟁 그리고 AIDS 문제와 아프리카 개발 문제 등에 높은 우선순위를 둘 생각이다.

빈곤 문제는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의 적극적인 노력 없이는 해결하기 어렵다. 유엔이 천년정상회의를 통해 합의한 천년개발목표(MDGs)도 선진국과 개도국 공동의 노력 없이는 빈곤타파와 개발을 이루기 어렵다는 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나는 캠페인 과정에서 여러 차례 MDGs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빈곤 타파와 개발을 이루지 못하는 한 안보 및 인권문제에 대한 개선도 기대하기가 어렵다.

TV에서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의 밝은 표정을 본 적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반기문 장관이 10월 14일 오전(한국시각)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8대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후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내가 화를 잘 내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웃음) 다만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평상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화를 내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화내는 사람이 손해다. 나도 젊을 때 성격이 급해서 화를 내기도 했는데 항상 집에 오면 후회하곤 했다. 지금도 가끔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소리치기도 하지만 다음에 꼭 따로 불러 미안하다고 한다.

한국 젊은이들의 국제공무원에 대한 관심이 높다. 국제무대에서의 활동을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보내고 싶은 메시지는….

어린 시절 누구나 꿈을 갖는다. 하지만 그대로 실현시키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면에서 난 행운아다. 충주고 3학년 때 미국 정부가 주최하는 영어 웅변대회에 입상해 부상으로 미국을 방문할 기회를 얻었고, 당시 미국 적십자사의 주선으로 워싱턴에서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을 만났다. 그때 외교관의 꿈을 키웠다.

국제무대에서 느끼는 것은 남에게 신뢰받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직해야 한다. 또 자기 자신의 편함보다는 남을 먼저 돌볼 수 있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남을 먼저 생각해야 남도 나를 배려하기 때문이다.

나는 외교부 장관이 되어서도 우선 상대방이 어떤 형편에 있는지 챙겼다. 대화하겠다는 사람은 가리지 않았다. 예전엔 약소국 외무장관이 만나러 오겠다고 하면 바쁘다는 이유로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나는 오겠다는 사람 모두 만났다. 올해엔 40명을 한국에서 만났다. 192개국 외무장관 중 5분의 1을 서울에서 호의를 베풀며 여유롭게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항상 긍정적 사고를 가지고 신뢰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에게서 가장 걱정되는 점은 바로 자기중심적 사고다.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날 때 큰일을 할 수 있다.
코리아플러스 (webmaster@news.go.kr) | 등록일 : 2006.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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