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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아프리카봉사단]빛나는 네 손을 잡고

나는 총 15명으로 구성된 제2기 사단법인 한국국제봉사기구(KVO) 아프리카 봉사단의 일원으로, 8월 1일부터 16일까지 에티오피아를 다녀왔다. 이번에는 KVO 회장님과 사무국장님도 현지 실사를 위해 동행하셔서, 전체 인원은 17명이었다.
대학 새내기 시절부터 통역자원봉사활동을 해오던 KVO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 척 하다가, 에티오피아행 자리가 남았는지 여쭈어보는 본색을 드러냈다. 합류를 허락받았다. 단 조건은, 나이가 가장 많고 유일한 직장인인 내가 단장을 맡으라는 것이었다. 부담이 되기도 하였지만, 그런 것을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 결국 두 번의 경유와 다섯 번의 기내 식사를 거쳐, 내 생애 첫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땅을 밟게 되었다.
우리가 2주간 머무른 곳은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45km 정도 떨어진 오로미아 주의 한 마을, 비쇼프투(Bishoftu)였다. 우리가 다녀가기 전과 후로 그곳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주었다는 것을 주저 없이 꼽을 수 있다.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에게는 음식도 부족하지만 정서적인 교감도 갈구하는 듯 했다. 물론 아이들에 입장에선 가족과 친구들과 재미있게 지내고 있던 상황에서 한국 사람들이 왔다고 하니, 그저 우리와 며칠 놀아준 것일 수도 있다. 그들에게 사랑이 필요하다는 건 나만의 오만한 시선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들의 사랑에, 호기심에, 잠재력에 상한이 있던가? 많은 것을 누리고 배울 기회가 없었던 아이들에게 새로운 피부색의 사람들을 보여준다는 것만으로도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자극이 되었을 테다. 오로미아가 세상의 전부인줄 알고 자란 아이들에게 굳이 지구본을 보여주지 않아도, 더 큰 세상을 느꼈을 테다. 자연의 빛깔을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을 아이들이지만, 앞으로 그 꽃과 나무의 색깔들을 더욱 유심하게 살펴볼 계기는 되었을 테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앞으로 그들이 살고 있는 나라가 잘 먹고 잘 살도록 짊어지고 나갈 것이기에, 그 조금의 반짝거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우리의 2주간의 단기봉사활동이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는 없고, 그렇기를 기대하지도 않았다. 결국 이 나라 문제를 해결해가야 할 사람들은 이 나라 사람들, 이 나라의 미래의 모습을 그려가는 것은 바로 이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그 때까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한 끼를 먹이는 일에 동참한 것이고, 그 때에도 한 번 더 웃을 수 있도록, 밝은 기운을 내뿜을 수 있도록 함께 시간을 나눈 것이다.
 
이제 한눈 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앞으로 내가 일상에 치여 관심을 멀리할 때면 내 마음 한 편에서 쑥쑥 자라고 있던 에티오피아의 아이들이 금방 내 손을 잡아당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이끌어준 덕에 식지 않을 그 관심이, 세계 빈곤의 해결을 위한 작은 발걸음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앞으로 계속될 KVO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통하여, 더 많은 분들이 올해보다 더 가슴 뛰는 2주를 보내고 오시기를 바란다.
 
(2기 KVO 아프리카 봉사단 이연진 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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