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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청도에서 KVO 봉사자 정상욱

 



 
안녕하세요?
KVO 인사동 통역자원봉사단에서 2002년부터 06년 6월 말까지 활동했던 정상욱봉사자입니다.
 
지난 6월 말에 직장을 중국청도로 옮기게 되면서 중국에서 생활한지 벌써 5개월째입니다.
한동안 KVO에서 500인의 식탁을 비롯한 에티오피아 지원활동에 참가 하다가 이렇게 중국으로 오게 되었으니
그동안 많이 참가해서 힘을 더해 드리지 못한 것이 죄송스럽게 생각이 듭니다. ^^
 
그 벌로 여기 이렇게 길게 중국생활 수기 적었으니 용서해 주세요.~~~ ^^
나이 32살이 되고 난 후 외국 땅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매 순간마다 보고 듣는 것들이 그간 한국에서의 제 인생의 경험들과 중첩되어, 저로 하여금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곳으로 오기 전까지의 제 생각의 범위가 이곳에서의 경험들로 인해 지금은 한층 성숙 되어 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을 내가 비워낸 그 무엇이, 본래의 그것 이상이 되어 다시 제게 돌아온다는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제가 종종 그래왔듯이- 지금 갖고 있는 것이 제일 큰 것 인줄 알고 아까워 버리지 못하므로,
더 가치 있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놓치고 마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한국에서의 제 생활이 이제 조금 안정되었음을 느끼고 안주하려 할 때, 선배의 소개로 중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여행가방 하나에 그 동안의 제 삶을 정리하고 낯선 곳으로 떠날 때의 느낌은 불안과 허무, 아쉬움과 약간의 기대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지금의 시점에서의 제 결론은, 제가 기회를 잡았다는 사실을 이제 깨닫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루하루가 넘치는 일들과 많은 사건들로 바쁘고 힘들지만, 제가 지금까지의 짧은 인생을 통해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치며 겪어온 경험 하나하나가 교훈이 되어 지금 제 앞에 놓여진 난제들을 헤쳐나가는 밑거름이 되고 있음을 여실히 느낍니다.
 
이곳 청도에서의 삶은 중국 청도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특성만큼 제게 많은 것을 주고 있습니다.
이곳에 온 후 3개월까지는 회사의 생산부 내에서 자재구매과, 생산라인 담당자들을 따라 다니며 거래처들을 직접 다녀보고, 직접 담당자들과 함께 오더를 진행하며, 훈련을 받았습니다. 3개월이 넘은 시점부터 현재까지는 샘플개발실과 무역부를 오가며, Jewelry 산업의 전체 틀을 파악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지금은 회사로 찾아오는 모든 바이어 상담에 참여하면서 바이어 상담에 필요한 요소들을 부지런히 배우고 있습니다. 저희와 거래하는 바이어들 중에는 종종 수량이 꽤 큰 오더를 하는 영국 회사가 하나 있습니다.
이 회사는 영국 런던에 본사가 있으면서 이곳 청도에 영국인 쥬얼리 디자이너들을 파견하여 장기 체류를 시키고 있습니다.
 
저희와 거래 관계에 있는 이 회사 직원들은 일주일에 몇 일은 저희 회사 개발실에 책상을 두고 저희가 제공하는 저렴한 현지 자재로 쥬얼리 제품들을 직접 디자인 하여 본사 확인을 받아 바로 오더를 내리고 있기도 합니다. 비즈니스에 있어서 효율성은 사업의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일 텐데 이 회사는 그 효율성의 최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회사 내에서 만나는 바이어들과 무역부에 근무하는 중국인 무역담당 직원들 10 여명과는 영어로 대화를 하므로 한국에서보다 영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환경에 놓여 있는 것도 제게 기회라 생각합니다. 반면, 생산부, 샘플개발실 담당 중국직원들과는 중국어로 대화 하므로 대학 2학년 때 제2외국어로 시작한 중국어를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주말이면 혼자서 버스를 타고 청도시내 곳곳을 누비고 다니며 관광객인냥 탐험을 하는 것도 제겐 이곳 생활의 재미입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땐 한국사람이라고 알아보던 중국 사람들이, 이젠 저를 중국 남방에서 올라온 중국사람으로 봐주니 시내를 활보하고 다니기에 편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국 월급을 받는 입장에서 중국 물가는 한국에 비해 부담이 훨씬 덜하기 때문에 회사 직원들이나 주변에 인심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조금 많아 진 것도 제 마음을 기쁘게 합니다. 특히 과일이 많이 싸서 한국 돈 1,500원이면 수박 큰 것을 한 통 사고, 1300원이면 10명 이상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포도를 살 수가 있습니다. 물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상점에서 사는 물건들을 비싸기가 한국과 다를 바 없지만, 최대한 현지화를 추구하는 제 입장에서는 과일과 먹는 음식들이 싼 것이 마음에 드는 부분입니다.^^ 끊임없이 학습하는 조직은 계속 진보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최근엔 저녁시간을 할애하여 하루 한 시간씩 중국어 수업을 시작 하였습니다. 회사에서 교사를 초빙하여 바쁜 근무시간을 빼서 중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해주는데, 하루 종일 중국 사람들과 중국어, 영어로 사는 제겐 너무 행복한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약 두 달 전부터는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새벽 5시40분이면 아파트 내에 있는 테니스 코트에 나가 한국에서 모셔온 한국 코치 지도를 받으며 테니스 라켓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회사 사장님이하 다른 직원들과 함께 새벽마다 운동을 하다 보니 처음엔 몸살도 나고 힘들었지만 차츰 재미를 붙이고 있습니다. 사장님이 청도에 있는 청망회라는 테니스 클럽 핵심 멤버인 덕에 좋은 코치 모셔다 강습비 50%만 내고 운동도 하고 있으니, 외국 나와서 일 끝나고 날마다 술 마시는 회사에 비하면 너무 건전한 것 같지 않습니까? ^^
청도는 2008년 북경올림픽 때 요트 경기가 열리는 멋진 바다를 끼고 있는 국제도시입니다. 청도보다 남쪽에 있는 국제도시 상해와 비교하자면, 상해는 워낙 면적이 넓어 한국 사람들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이 남서쪽 일부 지역에 한정되어 있고 관광객 등의 일시 방문목적의 사람들이 많아 유동인구가 상당수인 반면, 청도는 청도시 내에 속한 청도시 중심부, 이촌구, 성양구, 교주구 모두에 전반적으로 많은 한국 사람들과 조선족들이 거주하고 있어서, 곳곳에 한국간판과 한국음식점, 한국인과 차츰 현지인들 사이에서 부유층으로 분류되기 시작한 일부 조선족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들이 많이 발달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에서의 한국 드라마와 한국 대중음악의 성공으로 제가 만난 많은 중국 현지인들이 한국에 대해 호감을 표시하고 있으며, 한국회사가 많고 한국인 사장님들이 많은 이유가 더해져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중국 20대 젊은이들 또한 갈수록 늘고 있는 것도 이곳의 새로운 추세이기도 합니다. 일요일이면 제가 근무하는 회사 관리직 직원들도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으로 한국드라마를 보며 좋아하는 모습이 이제 일상이 되어 있습니다. 마치 수십년 전 일본자본이나 미국 자본이 한국에 투자 될 당시에 한국에서도 물론 모습은 조금 달랐겠지만, 외국문화와 언어를 선망하는 모습이 이와 비슷하지 않았겠던가 하고 어린시절 기억을 떠올려 보기도 합니다.
 
또한, 옛날 역사책에서 배웠던 신라방이나, 중국에서 활동했던 개성상인들의 모습이 지금 제가 보고 있는 청도에 깔려 있는 한국상사들의 모습과 흡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역사가 반복되는 현장을 목격 하고 있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이곳의 삶이 지루하지 않고 매일매일 열정적일 수 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함께 근무하는 230여명의 중국인 직원들의 얼굴 하나하나가 제게 늘 머리 속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버스로 5~6시간 걸리는 산동성 농촌고향에서 이곳 청도시 산업단지내로 들어온 공인아이들과 관리직 아이들은 대부분 나이가 18세에서 24세 사이의 어린 아이들입니다. 그 아이들과의 대화가 이루어지면서 60여명의 관리직 아이들의 삶 속에 제가 한 부분이 되어버린 이상, 그 아이들이 모두 잘 될 수 있도록 바라고 지켜봐 주며 꼭 필요한 순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한국인 관리자의 역할 중에 한가지 입니다.
 
무역부에 근무하는 대학을 졸업한 중국 직원들과는 느낌이 다르지만, 생산부, 개발실에 근무하는 대부분 중학교 이하의 학력을 가진 아이들과의 교감이 매일매일 제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 준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때로는 이렇게 정이 들어 버린 아이들이 어쩔 수 없는 환경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기도 합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듯이 제가 들어온 이후, 집안사정으로 고향으로 돌아간 아이들이 지금도 가끔 제게 안부 전화를 해올 땐, 마치 친동생에게 연락이 온 양 기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곳이 이렇게 낭만적이거나 모든 것이 순탄한 것만은 아닙니다. 전세계 어디와 마찬가지로 현지인의 텃세라는 것이 있어서 때로는 쉽게 다가가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중국 사람이 아닌 현지에서 오래 생활 했다는 한국 사람이 텃세를 부릴 때는 약간의 갈등이 내면적으로 일기도 했습니다. 결국 제 선택은 조금 비굴해 지고 많이 행복해지는 길을 선택 했습니다. 때로는 정해진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잠시 덮어 두고 마음을 바꾸어 먹어 보는 것도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사람에게 반하는 현실이 주어졌을 때, 목표를 향해 전진하기를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 내게 부정적인 환경을 긍정적인 환경으로 바꾸는 기술이 된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확인 하였습니다. ^^
 
회사 내 거의 전 직원이 저를 따뜻하게 맞아 주고, 제게 필요한 것이나 제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을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도와주고 있으니, 나날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단순히 언어뿐 아니라, 비즈니스 전반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이곳 사장님의 배려로 매우 짧은 시간에 익혀가고 있습니다. 가끔 주말 밤에는 청도에 상주하는 영국인, 대만인 바이어 디자이너들과 제가 있는 회사 무역부 직원들과 함께 청도 중심가에 있는 Western Bar에 가서 서울에서처럼 가볍게 맥주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이런 곳의 손님들은 대부분이 청도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또는 유학생들인데, 되도록이면 주말에라도 이렇게 청도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다양한 모습을 느낄 수 있도록 이곳 저곳 다녀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난 추석은 가족과 함께 따뜻하게 보내셨겠지요? 내년 설날쯤에 맞추어 한국에 갈 휴가를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사이에 중국 산동성으로 오실 일 있으신 분 들은 미리 연락 주세요. 앞으로도 계속 연락 드리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중국고사] 人生如天秤 인생은 저울과 같아서 ?要什?就取什?, 당신이 무엇을 원하면, 곧 그것을 얻게 된다. 但要在天秤的?一邊 하지만, 그 저울의 반대편에는 付出同等的代價 그것과 동등한 가치의 무엇을 얹어 놓아야만 한다. 중국 청도시 청양구에서 정상욱 드림. MANO Jewelry 무역부 Cell : (86)134-6542-8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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