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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민주공화국]경비 아저씨의 정 - 최명길 인턴

<경비 아저씨의 정>
 
- 콩고민주공화국 키상가니 최명길 인턴
 
 
 
콩고민주공화국(이하 DR콩고)은 적도에 걸쳐져 있는 열대 기후 지역입니다.
그래서 매우 무더운 날씨가 괴롭힐 것 같지만, 올 여름 한국의 폭염에 비하면 매우 선선한 나날입니다.
요즘과 같은 우기 때는 아침 저녁으로 긴 팔을 입어야 될 정도이니 한국의 가을 날씨 정도라 할 수 있습니다.
(이상 DR콩고의 날씨 근황을 마칩니다.^^;;)
 
하루는 새 진료소 건축 현장에 건축 자재를 확인하러 이른 아침부터 나섰습니다.
사무실에서 도보로 약 3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건축 현장은 좋지 못한 도로 사정으로 인해 걸어가는 것조차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전날 비가 온 터라 길의 중간 중간에는 물웅덩이들이 즐비했고 그것을 피해서 가느라 시간이 더욱 오래 걸린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무더운 날씨에 오래 걸어야 했기 때문에 가방에 물과 간식거리(초코파이)를 챙겨갔었습니다.
 


약 30분 후 건축 현장에 도착을 하였고 현재 그곳을 지키는 즐베르 경비 아저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즐베르 아저씨는 두 번째 만남인데도 매우 반갑게 저를 맞아주었고
아직은 언어적으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인지라 제스처로 그 반가움에 화답을 하였습니다.
 
잡초들이 허리까지 무성하게 자라 건축 현장은 난잡한 상태였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건축자재들을 파악하기 위해 건물에 다가가자 즐베르 아저씨는 무시무시한 대검(정글에서나 볼 듯한 크기의 칼)을 들고 제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무성한 잡초들을 그 칼로 잠재우며 제가 편하게 갈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모든 자재들을 파악하고 난  후 저는 땀을 뻘뻘 흘리시는 즐베르 아저씨에게 고마움을 표하고자 가방에 넣어왔던 초코파이(情)를 건넸습니다.
아저씨는 활짝 웃으며 "메르씨 보꾸 보꾸 보꾸~~(정말 감사합니다)"를 연거푸 외쳤고, 그런 모습에 저는 미소가 절로 새어 나왔습니다.
그런 후 저는 기념으로 아저씨와 사진 한 장을 찍었고 사무실로 가야된다고 온갖 손짓 발짓으로 설명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뜻을 이해하시고는 자신이 출근하면서 타고 온 오토택시(이 곳 키상가니에서는 오토바이를 이용한 택시들이 매우 많다)를 가리키며 타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편하게 사무실로 갈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고 이용요금이 얼마냐고 물었습니다.
(꽁비앙? - 얼마에요?) 그 물음에 즐베르 아저씨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어 오토택시 기사에게 건넸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 같은 액수의 제 돈을 즐베르 아저씨에게 주려고 했습니다.
아저씨는 한사코 그 돈을 받지 않으시려고 했습니다.
500프랑(한화 약 550원)이라는 작은 액수의 돈이었지만 이 곳 DR콩고에 오기 전 들었었던 현지인들의 욕심과 관련된 편견들이 한 순간에 지워져 버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그들을 옆에서 붙잡아주고 뒤에서는 밀어주며 앞에서는 당겨주러 이곳에 왔는데 오히려 제 뒤에서 저를 밀어주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DR콩고의 500프랑은 한국의 물가로 따졌을 때 마우 작은 금액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고구마 한 바구니(3kg이상)가 1000프랑이고 바나나 한 다발이 500프랑 이하입니다.
즐베르 아저씨는 가족들을 하루 먹일 수 있는 만큼의 情을 저에게 준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다음에 현장을 방문할 때는 삶은 고구마 한 바구니를 가지고 가서 아저씨에게 줄 생각입니다.
오고 가는 정으로 한국의 정서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입니다.
 
어려운 삶속에서도 정을 나눌 줄 아는 분들이 이곳 DR콩고 키상가니에도 얼마든지 계시다는 것을 이 글을 읽는 분들 모두에게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이 곳에 대해 정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나 안 좋은 경험이 있었던 분들에게 이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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