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울음이 가득한 키상가니의 밤
콩고 민주 공화국 ODA 인턴 신희철
한국에서 혹은 해외에서 여행을 다니다 보면 매력적인 공간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매력적인 공간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의 절반의 모습 즉, 낮의 모습만을 만나고 기억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접 사는 공간이 아니라면 한 도시나 관광지의 밤의 모습을 보고 느끼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콩고 민주 공화국에서 산지 어느새 10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키상가니의 밤은 제대로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시내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도시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모를 불미스러운 일을 피하기 위해서 해가 지고 나서는 언제나 사무실과 숙소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KVO 진료소는 24시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운영되기 때문에 야간에 진료소가 운영되는 모습들을 눈으로 확인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진료소는 숙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았고, 주변 마을 주민들도 KVO의 직원들을 잘 알기 때문에 위험하지는 않지만, 약간은 두근거리는 기분으로 진료소로 향하게 됩니다.
숙소를 떠나 진료소까지 걸어서 10분도 안 걸리는 짧은 거리에는 다양한 것들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습니다. 적도에 위치한 열대 지방임에도 불구하고 키상가니의 밤공기는 시원한 편입니다. 그 시원하고 상쾌한 공기를 맡으면서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반딧불이들이 사방을 밝힙니다. 한국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드니 반딧불이지만, 키상가니에서는 밤이 되면 언제나 볼 수 있는 흔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날이 맑은 날은 반딧불이보다 더 많은 별들이 하늘에 촘촘히 뿌려져 있습니다. 어두운 길이기 때문에 주의해서 걸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별들 때문에 시선을 계속 하늘로 향하게 됩니다.
그런 절경들을 만끽하면서 벌레 울음소리를 들으며 진료소에 방문하면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몇몇의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환자들을 위해 늦은 시간까지 고생하는 간호사와 경비원들에게 감사와 격려를 전달합니다. 늦은 시간까지 열심히 환자들을 돌보고 진료소의 안전을 책임지는 직원들의 고생이 주민들의 보건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뿌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