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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술의 힘… 환경파괴 없이 오지에 문명 밝힌다[조선비즈]

[글로벌 기업들, 녹색 기술 기부]
아마존 밀림 훼손 막기 위해 태양광 이용 무선 통신망 구축
말라리아모기 퇴치하는 초음파 발생 에어컨 내놔
태양광으로 충전하는 랜턴, 에티오피아 가정에 기증도

지난달 25일(현지시각) 브라질 아마존강 중류(中流) 산타렘시(市)에서 배를 타고 2시간 반 정도 남서쪽으로 이동하자 열대 밀림 속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수루아카라는 이 마을 곳곳에는 적도의 뜨거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태양전지판들이 보였다.

원래 이 마을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었다. 스웨덴 통신장비 회사 에릭슨이 지난해 약 300킬로와트(kW) 발전용량의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후 전기를 쓸 수 있게 됐다. 덕분에 120가구 500여명이 사는 밀림 속 마을에서도 밤에 전등을 켜고 TV를 볼 수 있게 됐다.

브라질 아마존 강 인근 수루아카 마을은 태양전지판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 쓴다. 마을 한쪽에 태양전지판이 보인다. /설성인 조선비즈 기자
수루아카에선 어디에서나 3세대(G) 이동통신을 이용한 무선인터넷도 이용할 수 있다. 약 50m 높이의 철탑에 달린 중계기와 기지국을 통해 마을은 외부 도시와 실시간으로 연결돼 있다. 에릭슨과 브라질 이동통신사 비보(Vivo)가 함께 장비를 설치해 준 것이다.

두 회사는 아마존 지역에 무선통신망 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만약 아마존에 유선(有線)통신 선로를 구축한다면 나무를 베고 흉물 같은 철제(鐵製) 전봇대를 세워야 한다. 에릭슨 라틴아메리카의 칼라 벨리타르도 이사는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의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결합한 무선통신망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앞으로 수루아카 이외의 아마존 지역에도 이런 장비 설치를 더 늘릴 계획이다.

◇녹색 기술 전파하는 글로벌 IT기업

글로벌 IT기업들이 지구의 환경파괴를 막는 '녹색 기술' 전도사로 나서고 있다. IT 인프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에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통신시설과 주택을 공급하는가 하면 풍토병을 몰아내는 전자제품까지 개발하고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환경오염을 막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나이지리아에서는 통신 기지국을 작동하는 데 경유를 사용하고 있다. 에릭슨은 현지 이동통신사인 바티 에어텔과 협력, 250개 기지국에 태양광·풍력 시스템을 접목했다. 덕분에 기름 소비를 80% 이상 줄였고, 경유를 태울 때 발생하는 매연과 악취도 크게 줄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작년 3월 일본 도호쿠(東北)지역을 강타한 대지진으로 전력공급에 문제가 생기자, PC의 소비전력을 줄이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무료로 보급했다. MS가 일본 전력중앙연구소와 공동 개발한 프로그램은 화면 밝기를 40% 줄이고 필요 없는 기능의 작동을 중단, PC 소비전력을 30%가량 줄이는 효과를 냈다.

에어컨이 말라리아모기도 잡아

아프리카에서는 아이들이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고 석유 랜턴을 쓰면서 배출되는 유해가스로 고통받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아프리카에서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말라리아모기를 퇴치하는 에어컨을 선보였다. 모기가 싫어하는 30~100킬로헤르츠(㎑) 주파수대의 초음파를 발생시켜 말라리아를 옳기는 모기를 쫓아내는 효과를 거뒀다. 그만큼 독성 살충제 사용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원 공급이 불안정한 현지 상황을 고려해 낮은 전압에서도 작동이 잘 되고 먼 거리까지 바람을 보내는 '10m 파워 쿨링' 기능도 갖췄다.

에티오피아 오로미아주에 사는 아이들이 삼성전자가 기증한 태양광 LED 랜턴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올해 초 한국국제봉사기구(KVO)와 함께 에티오피아 오로미아주에서 1000가구에 태양광 LED(발광다이오드) 랜턴을 기증했다. 태양광 LED 랜턴에는 삼성이 만든 LED, 태양광 패널, 배터리 등의 부품이 들어갔다.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엔 아프리카에서 태양광 패널을 이용, 교실 내 전기를 공급하는 '태양광 인터넷 스쿨' 보급 활동도 시작했다.

미국 반도체·태양광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는 지난해부터 한국에서 저소득층 가구를 위한 태양광 주택 건설 보급을 지원하고 있다. 태양광 주택 건설 지원금 2억원을 기부하는 것은 물론 태양광 패널 설치에도 나서고 있다. 올 연말까지 충남 천안에 태양광 주택 4개동, 16가구를 완공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강인두 사장은 "태양광 주택 건설 지원은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호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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