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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戰 참전용사 후손들… 한 끼 점심에 웃음 되찾아"[조선일보]

 
조선일보 2010년 11월 8일자
 
"한국戰 참전용사 후손들… 한 끼 점심에 웃음 되찾아"
국내 NGO, 에티오피아서 급식 지원
 

"늘 속이 쓰리고 두통이 심했는데, 한국에서 온 형과 누나들이 나눠 준 급식을 먹으면서 싹 나았어요."
 
지난 4일 오후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한국전쟁 참전용사촌에서 만난 헤녹 솔로몬(15)군은 올 1월부터 점심 걱정 없이 지낸다. 솔로몬군은 한국의 국제구호단체인 '월드 투게더(WT)'가 참전용사촌 내 버르하누초등학교에서 제공하는 급식을 먹고 있다. 작년까지는 경비원으로 일하는 아버지 월급 400비르(약 3만원)가 가족 수입의 전부여서 그의 점심은 빵 한 조각과 수프뿐이었다.
 
WT는 지난 1월부터 에티오피아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후손들과 빈곤 아동 100여명에게 평일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을 받기 시작한 올해 8월부터는 급식 대상을 150명으로 늘렸다. 이 중 60명이 참전용사 후손들이다. 7년 전 사망한 솔로몬군의 할아버지도 한국전쟁 참전용사다.
 
버르하누초등학교의 다니엘 카사(28) 교장은 "배를 곯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정신을 잃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결석하던 학생들이 급식을 위해서라도 등교하고 있고 학교생활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에서 활동하는 한국 NGO(비정부기구)의 급식 지원사업이 신체 발육과 성적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국제봉사기구(KVO)도 지난 2007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아디스아바바에서 남동쪽으로 45㎞ 떨어진 오로미아주(州) 비쇼프투시(市)에 약 1만㎡ 규모의 사업장을 마련하고 지역 아동 500명에게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KVO는 어린이 1일 한끼 식사비를 500원으로 잡고, 어린이 500명의 하루 식사비 25만원을 한국의 후원자 1인 또는 1그룹으로부터 지원받는 '500인의 식탁' 급식사업을 펼치고 있다. KVO 박을남 회장은 "한 명이 한 달에 25만원을 내거나 25명이 한 달에 1만원씩 후원하면 에티오피아 결식 아동 500명의 하루 한 끼 식사를 한 달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KVO사업에 대한 보답으로 오로미아주 정부는 주내 약 1.5㎞ 구간을 'KVO KOREA ROAD(코리아 로드)'로 이름 붙이기도 했다. 주 정부는 또 KVO와 삼성 사회봉사단,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공동 추진하는 직업교육센터 건립에 큐유시(市)에 있는 목초지 6만㎡를 무상으로 내놨다. 지난 3일 현지에선 직업교육센터 건립을 위한 협약식이 열렸다. 삼성 사회봉사단은 3년 동안 9억원을 지원해 직업교육센터·공동작업장·급식장 등을 건립하고, KVO는 5개 분야(IT·용접·목공·양잠·봉재)에서 지역 청년들에게 직업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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