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 원유 재고량 상승과 유럽경제 침체로 국제유가는 하락했지만 자연 고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기만 한다. 특히 자원 생산이 거의 없이 수요만 있는 한국과 같은 나라는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국내 주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방대한 자원 매장량을 자랑하는 아프리카는 지역의 특성상 낙후돼 있어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다. 기업들은 이 틈새를 파고들며 지역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대가로 자원 개발 사업권을 양도 받는 것이다.
아프리카 자원개발 전문 업체 (주)호노안톤(대표 하성수, www.honoanton.com)은 지난 1월 남수단 석유 광물부의 에너지 위원회 위원장인 메착 마쿠에이 뎅(Mechak Makuei Deng) 등 에너지위원회 일행을 한국으로 초청, 한국정유공장과 송유관 건설 관련 시설 및 기술을 소개하는 등 그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다졌다.
그 이후 지난 3일 남수단 석유 광물부와 현지 수도인 주바(Juba) 지역에 송유관을 건설하는 내용의 송유권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는 민자투자사업(BOT) 방식의 남수단 송유관 건설을 목적으로 양국 간 석유산업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재 남수단은 송유관과 정유시설이 모두 북수단에 소재한 관계로 유전개발 관련 이익을 둘러싼 분쟁이 치열한 지역. 이번 MOU는 양국 간 협력을 보다 실질적인 관계로 확대했다는 점에 큰 의의를 둔다. 투자 규모만 45억달러에 달하는 이 사업의 공사 기간은 총 4년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남수단 내 유전지에서 이시올로, 그리고 올해 아프리카 최대 건설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케냐 라무(Lamu)항까지 하루 50만배럴, 총 2100㎞의 송유관이 건설될 예정이다.
따라서 남수단의 송유관 건설은 총 250억달러 규모의 항만, 송유관, 정유소, 철도 건설 등에 투자될 동아프리카 최대 종합 개발 프로젝트인 LAPSSET(Lamu Port Southern Sudan - Ethiopia Transport)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월 케냐와 남수단은 남수단 주재의 송유관 건설에 관한 MOU(양해각서)를 체결 완료했다.
남수단의 정식 명칭은 남수단공화국(The Republic of South Sudan)이며, 국토 면적은 61만9745㎢로 남한의 약 6배에 달한다. 아프리카 동북부에 있는 내륙국으로 수단의 남쪽, 우간다·케냐·콩고의 북쪽, 에티오피아의 서쪽,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동쪽에 자리 잡고 있다. 남수단에는 백나일 강으로 형성된 광대한 수드 늪지대가 있으며 열대 우림 지역에 위치해 있어 강우가 많고 온도가 높은 편이다.
비옥한 옥토를 가진 이 곳은 삼림 개발에 적합하고, 석유와 천연가스, 금, 은, 망간, 아연, 철, 납, 우라늄, 청동, 코발트, 니켈 등 천연 자원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자원 개발에 유리한 위치를 가진 나라지만, 정치·종교적인 이유로 그동안 활발한 개발이 이뤄지지는 못했다. 작년에 ‘남수단공화국’으로 독립함과 동시에 유엔에 가입한 193번째 회원국이 됐다. 한국국제봉사기구(KVO International)의 총재이기도 한 하성수 회장은 지속적으로 남수단 정부 관계자들과 경제개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무려 50년의 내전 끝에 2011년 7월9일 이뤄진 남수단의 독립에는 UN의 노력과 반기문 UN사무총장의 공이 컸다고 전해진다.
남수단과의 인연으로 (주)호노안톤은 2009년 2월 설립 후 11월에는 남수단에 Hono Anton(Sudan) Limited를 만들었다. 이 회사는 한국의 자주적인 에너지 확보와 남수단의 경제 개발 및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의미를 두고 있다.
이 회사의 주력사업은 아프리카의 오일 탐사 및 개발, 광물 채광, 삼림 개발, SOC 인프라 개발, 에너지 개발, 농업 생산, 무역 개발 등이다. 또 남수단의 재건을 위해 도시기반사업의 주요 자재인 시멘트를 현지에서 자체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시멘트플랜트사업을 계획, 추진 중에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의 양해각서 체결은 남수단과 한국의 교류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양국 간의 협력이 실질적인 관계로 변하고 있다는 데 의미가 깊다.
호노안톤은 남수단 이외에도 현재 아프리카 지역의 케냐, 콩고민주공화국 등의 지하 자원 개발 사업에도 참여 중이다. 케냐에서는 2030년까지의 장기 프로젝트인 ‘Vision 2030’ 사업을 계획 중이며, 이는 케냐를 상업·수송·경영의 중심지로 개발하는 데 역점을 둔 대형 사업이다. 또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DAITO 광산의 금광 및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을 위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주)호노안톤은 사기업으로 출발했지만 그 모체는 KVO International(Korea International Volunteer Organization) 즉, 한국국제봉사기구다.
1988년에 설립된 (사)한국국제봉사기구는 UN경제 및 사회 이사회(ECOSOC: Econimic and Social Council)의 특별 협의적 지위를 갖고 있으며, 저개발국에 대한 의료, 복지, 교육, 긴급 구호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단체다.
하 대표는 KVO의 구호 활동과 호노안톤 사업을 연계해 대한민국의 에너지 자주권을 확보하면서 기업 활동으로 창출한 이익을 아프리카의 구호사업 및 경제 부흥에 환원할 계획이다. 이를 목표로 호노안톤은 현재 아프리카의 에너지, 천연광물 자원개발 및 삼림개발 등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글로벌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은퇴자 위한 마을 건설하고파"
인터뷰/ 하성수 대표
하성수 대표는 격변의 시대였던 1980년대,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자 운동권 선두에서 활동했고, 1984년부터 현재까지 세계각지를 돌며 국가와 종교, 이념과 종교의 벽을 넘어 봉사를 이어온 사람이다.
그가 봉사활동에 다시 눈뜨게 된 것은 1984년, 남미의 한 호텔에 하룻밤 묵으면서다. 밤이 깊어지자 지배인은 배고프고 헐벗은 사람들을 데려와 먹여주고 재운 뒤 새벽이 되자 살며시 내보냈다. 그렇게 헌신적으로 보살피는 모습을 보며 그동안 초심을 잃고 살았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제 마음 한구석에도 늘 남을 돕고자 하는 열망은 있었으나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죠. 무엇보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 컸죠. 그래서 바로 실행에 옮기고자 했습니다.”
귀국 후 그는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1988년 KVO의 전신인 ‘국제아시노스회(ASINOS 회: 남미 고아 후원회)’를 설립하고 1992년까지 4년간 가난한 원주민을 위한 의료봉사와 태권도장 건립, 열대우림보호운동 등의 활동을 전개했다.
이 외에도 1994년에 나미비아와 파푸아뉴기니의 열대림 및 인권보호를 위한 일본 국제 NGO JVC, 열대림 보호를 위한 변호사협회와 공동조사 활동을 해 왔으며, 러시아 사할린 이산 가족회 노인회 지원, 몽골 장애인 여성 가장 지원, 태국 소수 민족을 위한 학교 건립, KVO 아프리카 청년 봉사단 파견사업 등 한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 국제적인 활동을 펼쳤다. 또 2007년에는 한중일 기업의 사회적 공헌에 대한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2009년에 기회의 땅, 검은 대륙을 부흥시키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약소국에 큰 규모의 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동시에 자국의 에너지 개발 사업에도 이바지하고자 다각도로 생각하다 (주)호노안톤이라는 기업이 탄생했다.
하 대표는 “봉사로 그들의 신뢰를 얻는 데만 10여년의 시간이 필요했다”며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어려운 시절 그를 도왔던 오바마의 삼촌(전 아프리카 과학 아카데미 의장)과 현 케냐 총리(현 미 오바마 대통령 아버지의 친구)의 관계가 많이 도움이 되었다”고 전했다.
앞으로 계획을 묻자 “남수단 파이프라인 사업이 시작되고 금융거래를 통한 수익금이 발생되면 이를 한국에 재투자하고자 한다”며 “1000명 이상 거주 가능한 ‘은퇴자를 위한 마을’을 건설하겠다”고 꿈을 밝혔다.
이어 그는 “단기적으로는 KVO를 유지하면서 기회의 땅 아프리카에 주력하며 (주)호노안톤의 기업적 능력을 배양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