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인류가 등장한 이후로 많은 것들이 생겨났다. 촌락이 생겨나고, 도시가 생겨나고, 문명화를 이루면서 나날이 발전해나가고 있다. 인간의 수백 배 크기에 달하는 빌딩은 끊임없이 세워지고 있다. 빌딩이 높아질수록 그림자는 크고 깊어지는 법이다. 빈곤의 문제, 기아와 전쟁의 문제, 인간답게 살 권리의 박탈 등 많은 문제도 생겨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딩의 높이는 끝없이 올라가고 있다. 그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불가피하다고 하나, 그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 올해 한국국제봉사기구는 창립 20주년을 맞이했다. 20여 년 동안 활동해온 한국국제봉사기구 박을남 회장을 만나보았다.
1988년 볼리비아에서 원주민에게 의료봉사로 시작
울산에 본부를 두고 있는 한국국제봉사기구(이하 KVO)는 제 3세계 개발과 지원, 국제협력 및 국내에서는 복지․문화․환경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제 NGO다. 설립자인 하성수 총재가 1988년 남미 볼리비아에서 원주민을 돕기 위한 봉사활동에서 그 뿌리가 시작됐으며, 얼마 후 한국 울산을 중심으로 후원회 ‘아시노스’가 발족되었다. 그 후 1989년 볼리비아 정글에 정착촌을 마련하고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당시 볼리비아는 말라리아로 인해 평균수명이 30세였다. 이들에 대한 관심이 KVO 창립의 계기가 된 것이다. 박 회장은 “볼리비아는 15세가 되면 결혼을 한다. 말라리아로 인해 잘 죽기 때문이다. 몇 일만에 아이들이 죽는 것이 너무 가슴 아팠다.” 라며 당시 심정을 밝혔다. KVO는 볼리비아 정글무료진료소를 시작으로 태권도 도장운영, 농장운영 및 농법교육, 교육지원, 종합복지관 등 복지활동을 현재까지 20여년 가까이 하고 있다. 그 노력의 결실로 볼리비아, 브리질,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방문할 예정이다. KVO의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번져나가게 된 것이다. 이 외에도 에티오피아, 케냐에 AIDS 예방 및 급식지원 사업과 몽골, 러시아, 태국, 볼리비아, 북한, 아프가니스탄 등에 긴급구호활동을 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모자가정, 소년소녀가장, 무의탁노인 등을 자선단체, 개인, 기업체와의 결연으로 지속적으로 후원을 하고 있다. 볼리비아 아마존 밀림에서 파초로 엮은 허름한 원주민식 초가 진료소에서 시작한 KVO는 지금 13,000명이 넘는 후원자들과 세계 곳곳에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말리리아에 걸려 죽을 뻔, 그래도 좋아서 계속 하고 싶다.”
박 회장은 KVO를 설립한 하 성수총재와 부부 사이다. 봉사의 뜻이 맞아 결혼을 하게 된 그들은 볼리비아에서 함께 활동을 하였다. 볼리비아 정글에서 무료진료소를 세우고, 아이들과 그 곳 원주민들과 함께 살았다. 처음 도착했을 당시는 88올림픽 직후였는데, 박 회장은 “잘 사는 우리와는 너무나 다르게 어렵게 살아가는 애들을 보면서 뭔가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후 농장, 태권도 도장도 만들고, 우물소독, 예방 접종 등 작은 인원으로 모든 것을 직접 했다. 특히 “말라리아에 걸려서 남편도 나도 죽을 뻔 했다. 그래서 4년 만에 돌아왔다.”라며 아찔한 경험담도 들려줬다. 현재 박 회장은 울산중구사회복지관 관장을 10년 째 역임하고 있으며, 다음 달 봉사단을 인솔해 에디오피아와 케냐로 향할 예정이다. “슈바이처, 마더 테레사가 인생의 모델이다. 그분들처럼 헌신적으로 힘든 이들을 돕고 싶다. 지금까지 작은 일들만 했을 뿐이다. 전문적으로 공부해서 제대로 된 봉사를 하고 싶다.”라고 말한 그녀는 이미 20여년 넘게 국제봉사활동을 하며 한국에서는 국제봉사의 선구자적인 입장에 있다. 작은 봉사라고 말하지만 한국국제봉사기구의 활동은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 있으며, 그 선두에 박 회장이 있다.
“작은 관심이 큰 관심을 불러오고, 따듯한 세상을 만든다.”
박 회장의 봉사활동이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국내를 두고 국제 활동을 한다는 편견, IMF 이후로 지원의 어려움, 지원방법에 대한 비웃음 등 활동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현재 그녀의 관심은 다른 이들의 관심을 모았고,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았던 정글에는 세 나라 대통령이 방문해 도로가 포장되고, 브라질로 이어지는 리오마모레강에는 다리가 건설될 예정이다. 먼지를 뒤집어써야만 도시로 나갈 수 있었던 정글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박 회장은 “작게 시작했다. 작은 관심이 전기가 들어오고, 목숨을 살리고, 변화를 만든다. 작은 봉사지만 모이면 세상을 변하게 하고, 따뜻하고 밝은 세상을 만든다.”라고 말했다. 특히 2005년부터 아프리카 지원사업의 시작으로 에티오피아의 고아들을 위한 무료급식 지원사업 ‘500인의 식탁’과 어린이 교육 결연사업 ‘1000명의 천사’ 프로젝트는 참여자들에게 봉사의 의미를 알게 해주는 사업이다. 박 회장은 “봉사의 계기가 어떻게 됐든 관심을 가지고, 즐거운 마음으로 한다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 복지는 직업이 아니라 뜻을 두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라며 의미 있는 봉사를 강조했다. 작지만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씨앗, KVO의 움직임이자 박 회장의 마음이다. 박 회장을 비롯한 그들의 활동이 세계 곳곳의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지 기대가 된다.
취재/ 이윤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