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성 성과중심 활동 자제해야", 여성신문
2007년 8월 17일
(사)한국국제봉사기구 박을남 회장
"일주일 정도 봉사를 다녀오고 마치 현지 사정을 다 꿰뚫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봉사를 구호품이나 전달하는 것처럼 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얼마나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요. 장기봉사의 경우 정말로 '뜻'을 가진 분들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현지 봉사활동에 물을 흐릴 뿐입니다."
볼리비아, 몽골, 캄보디아, 동티모르, 에티오피아 등 분쟁지역을 돌며 20여년간 몸으로 부딪히며 봉사활동을 벌여온 사단법인 한국국제봉사기구의 박을남(53) 회장이 대뜸 쓴소리를 던졌다. 분쟁지역 사람들이나 오지의 원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자활을 도왔던 그였기에 최근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봉사활동이 너무나 안타깝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에티오피아에서 3년째 급식지원을 비롯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혹여 우리의 목적만 채우고 성급하게 돌아갈까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현지인들이 한편으로는 이해된다는 것이다. 봉사활동을 중간에 접고 돌아가는 해외 NGO들을 볼 때마다 현지인들이 적지 않은 실망을 한다고 그는 밝혔다. 때문에 장기활동일수록 현지인들의 신뢰를 얻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볼리비아의 아마존 정글지역에서 남편과 3명의 아이들과 함께 지내기도 했다. 터를 잡고 원주민들과 똑같은 집을 짓고, 농장을 운영해 거기서 나온 곡식과 과일을 고스란히 원주민들에게 나눠줬다. 태권도장에서는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고, 상비약 등을 구비해 간단한 치료를 지원하기도 했다.
치안이 불안하지 않은 대신 독거미·뱀·전갈 등에게 시달려야 했고, 말라리아에 걸려 죽음의 문턱까지 가기도 했다. 하지만 현지인들이 점차 마음을 열고 도움의 손길을 거절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품었다. 지금도 아마존 정글지역에서 봉사활동을 벌이기로는 그가 속한 단체가 유일할 정도라고 했다.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아프간 피랍사태에 대해서도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지구촌이 다 같이 행복해야 하니까 이유를 막론하고 봉사활동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만 현지 상황 때문에 봉사활동이 금지된 곳에서만큼은 자제할 필요가 있어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일단 현지 공관에 활동을 알리고, 현지 정부와의 공조가 이뤄져야 합니다. 위험지역이 아니어도 때때로 봉사활동이 반감을 사기도 하는데,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가 너무나 안타까워요."
다시 태어나도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그는 "이벤트성이거나 성과 중심의 활동을 자제하고, 봉사활동 본연의 순수성을 회복해나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